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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협심증도 그물망시술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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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협심증도 그물망시술 치료

입력
1998.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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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관상동맥 주간부협착 환자/좁아진 혈관에 그물망 넣어 확장/가슴절개 않고 성공률도 높아김모(62)씨가 협심증 진단을 받은 것은 회사퇴직 후 서너달이 지나서였다. 그는 얼마 전 위암수술을 받은 후 몸무게가 10㎏ 이상 줄었다. 항암제 치료도 너무 힘들었다. 살아 있는 동안이라도 건강하게 지내자는 생각에 아침마다 등산을 하기로 결심했다. 다소 차가운 날씨였으나 아침 일찍 길을 서둘렀다. 10여년만의 산행이라 다소 설레기도 했다.

그런데 산을 오르던 중 갑자기 가슴이 뻐근하고 숨이 차올라 걸을 수가 없었다. 처음 느껴본 증상이었다. 잠시 가만히 앉아 있자 가슴의 통증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어느 정도 쉬었다가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호흡곤란을 느꼈으나 쉬엄쉬엄 산행을 마쳤다. 처음엔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산행에서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어제보다 더 심하다 싶은 통증이 5분 이상 지속되다 안정을 취한 후에야 사라졌다.

최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친구가 언뜻 생각났다. 그 친구는 흉통이 생길 때마다 혀 밑에 약을 넣곤 하던 협심증환자였다. 다음 날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 전형적인 협심증이었다. 당장 입원해 관상동맥조영술을 받았다. 왼쪽 관상동맥이 시작되는 주간부의 혈관이 80% 이상 좁아져 있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외과적인 대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그는 큰 수술을 받기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 있었다.

다행히 김씨는 스텐트(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혀주는 그물망)시술이라는 첨단 의학의 도움을 받아 정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는 좌관상동맥 주간부가 좁아진 협심증환자 중 처음으로 대수술 대신 그물망시술을 받았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아무런 증상없이 잘 지내고 있다.

좌관상동맥 주간부는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굵은 관상동맥 혈관 3개중 왼쪽 혈관이 시작되는 부위를 말한다. 좌관상동맥은 혈관 2개를 만들어 내고 심장의 3분의 2가 넘는 부위에 혈액을 공급한다. 따라서 이 곳에 협착이 생기면 지금까지는 수술을 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협심증환자 중 특히 좌관상동맥 주간부에 병이 있는 사람은 전제 협심증의 5∼15%. 심장의 빈혈범위가 넓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도 심각하다. 흉통은 물론 심부전증이 나타나거나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급사(急死)하는 경우도 있다. 약물치료보다는 수술을 했을 때 장기생존율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혀주는 그물망시술은 지난 10여년간 기술적인 면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해왔다. 현재로선 일부 환자들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좌관상동맥 주간부에 병이 있는 협심증환자에겐 그물망시술이 위험부담이 클 것으로 여겨져 절대 금기시돼 왔던 게 사실이다.

서울중앙병원은 95년 이후 좌관상동맥 주간부에 협심증이 있는 환자 80여명에게 그물망시술을 시행, 100% 성공했다. 2년동안 관찰한 결과 재발률은 비교적 낮은 17%였다. 그동안 협심증환자의 그물망시술로는 최상의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결과는 최근 미국심장학회 학술지에 발표돼 좌관상동맥 주간부에 병변이 있는 협심증 및 심근경색증환자, 일부 선택적인 환자에서 수술을 대치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의 가능성을 제시한 논문으로 평가받았다.

95년 국내학회에서 좌관상동맥 주간부 협심증환자에게 처음 그물망시술을 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어느 선배의사에게 호된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1년 전까지도 좌관상동맥 주간부에 이상이 있는 환자에게 그물망시술을 하는 것은 미친 짓으로 받아들여졌다. 의술은 그만큼 빨리 변하고 있다.<박승정 울산대 의대교수·서울중앙병원 심장내과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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