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의 전세금반환자금 대출접수 첫날인 18일 은행창구를 찾은 고객들은 까다로운 대출조건 때문에 대부분 서류접수조차 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은행의 대출창구에는 문의전화만 빗발칠 뿐 실제로 대출 신청서를 내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주택은행 본점 집계결과 이날 대출신청접수자는 전국적으로 152명에 불과했다.
이같은 사태는 정부가 대출자격을 ▲신규분양 아파트 입주가 지연되는 경우 ▲다른 지역으로 직장이 이동해 주거이전이 불가피한 경우 ▲실직이나 회사부도 등으로 현재의 전세가격보다 낮은 주택으로 이사한 경우 ▲전세금 관련 소송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등으로 엄격하게 제한했기 때문. 게다가 4가지 조항에 합당하더라도 올 1월1일 이후 전세계약이 종료된 경우만으로 제한해 실질적으로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세입자가 거의 없었다.
이날 주택은행을 찾은 신장섭(申張燮·38·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지난해말 아파트에 당첨되고도 현재 살고 있는 3,000만원짜리 전세가 빠지지 않아 집 주인과 함께 은행을 찾았지만 전세계약 만료가 지난해 12월말이라는 이유로 대출신청을 할 수 없었다』며 『이럴 바엔 하나마나』라고 허탈해했다. 주택은행 잠실지점 문성태(文承泰·35) 대리는 『30여명이 직접 방문해 상담했지만 서류접수를 한 사람은 3명에 불과하다』며 『고객들이 대출 요건을 제대로 알지 못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국의 임대가구수를 380만가구로 보고, 이중 융자대상이 되는 가구를 30만∼40만가구로 추정하더라도 융자대상과 조건을 감안할 때 혜택받는 가구는 1만5,000여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김호섭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