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가 16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오늘부터 본격 선거전에 돌입한다. 광역자치단체장·광역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회의원4,300여명을 뽑을 이번 선거에는 줄잡아 1만4,000여명의 후보가 나설 전망이다.우리는 95년 6·27선거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 지방정부와 의회를 구성함으로써 지방자치를 실험해 봤다. 시행착오도 없지 않았지만 첫 실험은 그런대로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방자치는 소중하게 키워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국민적 합의다.
이젠 지방자치에 대한 실험은 끝났다. 우리 토양에 맞게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우리모두의 과제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15대 대통령선거이후 새로운 정치환경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라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지난 6.27선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후보를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으로 뽑아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지방자치가 정치권에 의해 심하게 오염되면서 그 취지마저 퇴색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현행법상 정당의 지방선거 참여는 보장돼 있다. 정당의 지방선거 참여는 △투표시 후보자 선택이 쉽고 △주민여론을 조직적으로 수렴할 수 있으며 △집행기관에 대한 효율적인 견제가 가능하고 △주민자치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이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참여도 정도가 지나쳐 문제다. 최근들어 『정당이 지방행정을 망친다』고 목청을 높이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요즘 신문 정치면에 소개되는 광역단체장 선거판세를 소개하는 「정치지도」를 보면서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뿐이 아닐 것이다. 국민회의 한나라당 자민련 등 3당의 우세지역을 색깔로 구분한 지도는 영·호남에다 충청을 하나 더해 갈라놔 신 삼국시대를 보는 듯 하다. 이 점에 있어 정당들은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지역이 갈렸다가는 16대 대통령선거에서는 과연 어떤 양상이 전개될 지 두렵다.
국민회의는 이번 선거에서 꼭 승리해,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하려 벼르고 있고 한나라당은 기어코 지방선거에서도 「여소야대」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민련 또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겨 사력을 다하고 있다. 강원지사 공천을 놓고 국민회의와 자민련 「2여」가 팽팽하게 맞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강원도지사 단일후보 공천을 놓고 벌이는 신경전은 영토확장 싸움을 방불케 한다. 수도권과 호남에만 세력이 집중된 국민회의는 동쪽에 깃발을 꽂기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고 자민련도 「충청도 당」의 이미지를 벗기위해 강원을 쉽게 양보하려 하지 않고 있다. 3당 모두 지방선거를 정치주도권 장악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혈안이다. 정당들이 지방선거전에 앞서 엄청난 돈을 들여 상대당을 헐뜯는 「딴나라당」 「궁민(窮民)회의」 「무능한 광나라당」 비방광고를 내는 이유도 뻔하다.
정당의 지방자치 참여는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나라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지방자치의 내실화와 자치능력의 신장, 시민자치의식 제고가 우선이 돼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모두 지방자치가 더 깊이, 더 넓게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정당이 먼저 나서 오염돼 가는 지방자치를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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