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 7명이 모여 창간 “구인·구직 정보 알려드려요”『실직자들의 가슴을 다독거려주면서 꼭 필요한 정보를 알려줄 생각입니다』
구직자들을 위한 격주간 신문이 처음 등장했다. 이름은 굿모닝 잡(G.M.JOB). 이색적인 것은 이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도 모두 최근 직장을 잃은 실직자들이란 사실이다. 전직이 카피라이터 기자 등인 20대 후반 남녀 일곱명이 모여 이달 1일 16면짜리 타블로이드판 첫 호를 냈다.
발행인이자 처음 신문 제작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이정환(李廷煥·41)씨. 엄밀히 말하자면 그는 실직자가 아니다. 직장을 잃은 사람이기보다 사업이 망한 사람이다. 지난해말까지 직원 10여명을 데리고 건강식품을 수입하는 조그만 무역업체를 운영했다. 하지만 환율 상승에다 소비 위축으로 들여온 물건이 팔리지 않아 결국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지난해 12월 서울 방배동의 회사 문을 닫고 그 자리에다 「만남의 장소」를 마련했다. 바로 「IMF 쉼터」다.
『일자리를 잃고 기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 마음 편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경제사정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이씨는 무작정 사람들이 모여 잡담이나 하는 식이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불 걷고 일어나듯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겼고, 이런 문제를 두고 쉼터를 드나들던 몇몇 사람의 의견이 맞아 굿모닝 잡의 창간에까지 이르게 됐다.
굿모닝 잡은 크게 읽을 거리와 생활 정보, 구인·구직정보로 나뉜다. 첫 호에는 「오늘의 취업 백태」「내 삶을 다시 바꾼 1%의 지혜」등 짧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무료 강좌 등 공짜 서비스를 한 군데 모아 놓은 「알짜배기&거저먹기」와 오려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도 들어있다. 구인·구직정보는 4쪽에 걸쳐 소개했다. 이 신문은 한 번에 3만부를 찍는데 구청 동사무소 IMF쉼터 도서관 대학 취업정보실 등에 갖다 놓고 아무나 볼 수 있게 한다. 물론 무료다.
한 호를 낼 때 드는 300만원 가량의 비용은 대부분 이씨의 호주머니에서 나오지만 앞으로 정기구독자를 모집하고, 신문 호응에 따라 광고도 들어오면 사정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4호부터는 24면으로 늘리고 실질적인 구직정보 위주로 체계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신문 발행말고도 집 없는 노숙자들을 위해 「홈풀」 운영 계획도 가지고 있다. 집을 제공할 후원자와 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을 연결해 몇 사람에게만이라도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자는 뜻이다.
『이 신문도 그렇고 홈풀도 그렇고 모두 경제난의 산물』이라는 이씨는 『IMF 체제가 끝나는 날 굿모닝 잡은 「대한민국 만세」를 세 번 외치며 폐간신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2)5960502∼4 <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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