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이행과정 印尼와 달라” 낙관론과 “헤지펀드 또공격땐 제2위기” 비관론 교차인도네시아 사태는 북동진(北東進)할 것인가. 인도네시아 경제가 사실상 지급불능위기로 치달으면서 한국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신용불안이 동남아 통화가치폭락과 맞물리면서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낳았던 지난해 10∼11월처럼 인도네시아의 물결이 다른 동남아국가를 휩쓴 뒤 한반도로 상륙할 경우 극심한 신용경색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경제는 또한차례 홍역을 치를 것으로 우려된다.
■외환시장은 이미 태풍권
이미 국내 외환시장은 소용돌이속으로 빠져들었다.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15일 인도네시아 위기의 전염우려감이 확산되면서 달러매물이 자취를 감춰 1,440원대까지 치솟았고 주식은 투매현상이 빚어졌다. 한 외환딜러는 『외환시장내의 수급상황으로는 특별히 환율이 오를 이유가 없다』며 『인도네시아 사태가 아시아 금융시장을 다시 한번 뒤흔들 것이란 우려감이 환율상승장세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환경에 가장 민감한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1년물 원화환율이 이날 1,700원을 돌파한 것이 이를 반영한다.
■제2의 위기올까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미 IMF프로그램 진행과정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차별성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됐다』며 『특히 한국은 엔화경제권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사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작년과 같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싱가포르→홍콩→한국의 경로를 상정하고 있다. 동남아사정에 정통한 한 은행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면서 투기성 헤지펀드들이 이미 말레이시아 링기트화와 싱가포르 달러화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며 『그 다음 공략대상은 홍콩과 한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위안화까지 심각한 절하압력을 받을 경우 한국은 물론 아시아시장 전체가 공멸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모건 스탠리도 최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한국등이 작년말에 이어 또다시 통화가치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사태의 국내전염을 방지하는 방법은 동남아 위기에도 불구, 외자를 끌어들일수 있는 국내여건조성 뿐이란게 공통된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금융피해/여신 44억弗 떼일수도
인도네시아가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지급불능상태에 빠질 경우 국내 금융기관들의 손실규모는 최대 44억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對)인도네시아 여신은 1월말 현재 ▲은행 35억6,000만달러 ▲종금사 10억3,000만달러 ▲리스 7억달러 ▲증권 투신 보험사가 1억9,000만달러등 총 54억8,000만달러 선이다. 종류별로는 ▲대출이 17억달러 ▲유가증권 23억8,000만달러 ▲리스 및 환어음 12억7,000만달러 ▲지급보증 1억3,000만달러등이다.
이중 일부는 상환돼 현재 44억달러 가량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금융기관, 특히 종금사의 인도네시아 여신이 많은 것은 무분별한 외형확대과정에서 자산을 「고위험 고수익(High RiskHigh Return)」채권에 집중적으로 운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은행 싱가포르현지법인 사장을 대표로 국제채권단에 참여, 인도네시아 정부와 상환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현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을 경우 상환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초 채권단과 인도네시아 정부간 협상이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현재로선 개최 자체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한편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문을 닫고 금융시장이 사실상 폐쇄됨에 따라 현지와의 송금, 외환결제등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업계파장/투자 90억弗 회수불투명
인도네시아 사태는 직접적으로 연간 76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교역은 물론 12억3,000만 달러수준인 현지투자업체들의 조업과 영업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업체의 인도네시아투자는 지난해 연말기준으로 479건 90억달러수준. 80년대부터 인건비가 싼 동남아 국가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인도네시아에도 210개의 업체들이 진출했다. 현지진출 업체들은 이미 현지통화의 극심한 평가절하로 손해를 보고있고 소요사태가 악화할 경우 투자자금회수는 더욱 불투명해진다.
3월 현재 인도네시아와의 교역규모는 13억1,000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억3,000만달러수준에 비해 이미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3월 현재 수출은 4억2,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에 비해 51%나 줄었고 수입도 8억9,000만 달러로 24%가 줄었다.
자카르타 무역관 관계자는 『당장 무역업체들의 경우 수출대금을 떼이는등 피해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1억달러수준에 이르는 수출대금 미수금 회수를 위해 구상무역(바터) 형태로 원유와 원목등 원자재를 들여오는 방식의 프로젝트를 준비중이었는데 무산될 위기에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사태가 장기화하면 수출의 앞마당역할을 해온 동남아시장이 더욱 침체, 동남아시장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될 것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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