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덴 아젱 카르티니」(Raden Adjeng Kartini)는 수하르토정권의 퇴진문제로 소용돌이치고 있는 인도네시아 「건국의 어머니」다. 그는 1879년 중부 자바의 자포라지사의 딸로 태어났다. 여섯살때 인도네시아를 식민통치하고 있던 화란인학교에 입학, 서양의 평등사상을 배웠다. 이것이 훗날 건국의 어머니로 추앙받는 터전이 됐지만 그의 화란인학교 입학은 당시 여성차별이 심했던 인도네시아에서는 파격적인 일 이었다.■총명한 그는 학교성적이 화란인 학생들을 제치고 항상 1위였으나 상급학교 진학은 역시 전통이란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달통한 화란어를 바탕으로 화란인 친구와 편지를 교환하는 방법 등을 통해 서양문화와 사상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서양의 새로운 문물과 전통을 접목시킨 학원을 설립, 여성교육 등에 힘을 기울이다가 불행히도 결혼 1년만인 25세때(1904년) 출산후유증으로 요절했다.
■그가 죽자 친구들은 그의 서간문 120통을 모아 「암흑을 넘어 광명으로」란 서간집을 출판했다. 내용은 주로 봉건적인 인도네시아 사회의 혁신과 교육의 활성화를 통한 민족개조였다. 이 책을 읽은 인도네시아 지식층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인도네시아의 민족주의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의 개혁정신과 인도네시아의 자연 문화와 민족에 대한 사랑은 오늘을 사는 인도네시아사람들의 정신적 버팀목이 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를 휩쓸고 있는 반독재 민주화투쟁도 거슬러 올라가면 카르티니의 반식민통치와 민주화정신과 만나게 된다. 항상 개혁을 통한 변화만이 민족의 살 길이라고 외쳤던 그의 주장은 「혼란을 원치않는다. 변화를 바랄뿐이다」는 학생등 민주화세력의 주장과 조금도 다를바 없다. 카르티니의 정신이 살아 있는 한 인도네시아국민의 민주화 열망은 사그라들지 않고 그 뜻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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