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생명보호 최우선”/의료진 첫 살인죄 적용 의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생명보호 최우선”/의료진 첫 살인죄 적용 의미

입력
1998.05.16 00:00
0 0

◎묵인돼온 의료계 관행 불인정회복중인 중환자의 퇴원을 허락해 사망케한 의료진에게 1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돼 의료계 안팎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의료계의 관행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첫 판단이란 점에서 재판초기부터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왔다. 환자보호를 위해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의사의 의무와, 치료비 등 문제로 퇴원을 원하는 보호자의 요구가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다반사로 빚어지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관행은 「의학적 충고」에 반한 퇴원은 치료가 종결된 것으로 보고 퇴원후 의사의 의무는 면책된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의료행위는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자기결정권」이 있어 의사는 환자의 동의가 있을 때만 치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의사의 의무가 그 어느 것보다 우선이라고 판단, 그동안 묵인돼온 의료계의 관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의사의 의료행위는 환자의 요구에 따라야 하지만 그 정당성 여부는 실정법과 사회상규에 의해 판단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의학적 충고」에 반해 퇴원한 환자가 사망할 경우 담당의사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의료계가 지금까지의 관행을 인정하지 않은 이번 판결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보라매병원의 경우만 해도 지난 1년간 퇴원시 사망 가능성이 높은 환자 38명이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 퇴원해 이중 21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의료행위 중지가 곧 환자의 사망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료행위를 포기한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이 잇따를 수 밖에 없다.

검찰도 『자신의 생명에 어떠한 의사표시도 못하고 죽어간 한 인간의 가련한 죽음은 외면한채 면책을 주장하는 것은 의료계의 이기주의』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계 관행에 제동을 건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다만 『이번 사건은 환자의 회복가능성이 높은 특수성이 감안됐다』며 일반적인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하는 데는 신중한 모습이다. 또 생존가능성이 없어 임종을 맞기 위한 것처럼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퇴원의 경우는 이번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이태규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