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최대갑부집 약탈 은행피해 막으려 돈뿌려/시민들 군인엔 호의적 日 교민구출 자위대파견 추진반정부 시위가 11일째 계속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14일 무법천지로 변했다.
수십, 수백명씩 떼지어 다니는 시위대들이 쳉카렝, 그로골 거리 등 시내 번화가와 차이나 타운을 돌며 상점과 은행 등을 약탈하고 불을 질러 자카르타 하늘은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시가지에는 돌멩이, 유리조각, 불타는 타이어들이 방치된 채 널려 있고 도로는 대부분 막혀 교통이 마비됐다. 경찰은 피해 및 교통상황도 파악치 못하는 등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
기관총으로 무장한 장갑차 20여대와 탱크들이 폭도로 변한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시내를 순찰하는 가운데 간헐적으로 총격이 들리는 등 시내 전체가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 대학생들은 20일 국경일인 「민족 각성의 날」의 날을 맞아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계획중이어서 인도네시아 사태는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시위대는 『경찰을 죽여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으나 군인들에게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들은 그동안 시위대를 무차별로 진압한 반면 군인들은 폭도들의 폭력적인 행동만을 저지할 뿐 평화적 시위를 막지 않았다. 시위대들은 시내 곳곳에 배치된 탱크와 장갑차에 올라가 환호하면서 박수를 치기도 했는데 군인들은 이들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
○…폭도로 변한 시위대는 이날 인도네시아 최대갑부인 화교계 재벌 리엠 시웨 리옹의 집을 약탈하고 불을 질렀다. 그의 소유인 뱅크 센트럴 아시아 은행도 약탈당했다. 폭도들은 그의 저택에서 자동차 5대를 불질렀으며 각종 서류와 사진들을 꺼내 찢어버렸다. 리엠은 세계 50대 갑부에 들어가는 인물로 은행, 자동차 회사, 식료품회사 등을 소유하고 있으며 재산은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
수하르토의 3남 후토모 만달라푸트라가 사주인 국민차 티모르의 전시장에서 시위대가 새 차를 꺼내 불태우는 모습도 목격됐다. 또 수하르토 가족 소유로 알려진 시푸트라호텔을 시위대가 공격할 것에 대비, 경찰이 접근로를 차단하는 등 수하르토 일가 소유기업이 시위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군경은 이날 시내에 물대포 대신 기관총을 장착한 장갑차 20대 이상을 배치, 진압에 나섰으나 폭도들은 장갑차가 보이면 도망간 뒤 다시 약탈을 했다. 군경은 M16소총으로 무장한 채 대통령궁 주변에 포진, 시위대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또 항구와 시내 중심가를 잇는 가자 마다 거리에도 수백여명의 군병력이 배치돼 산발적으로 접근해 오는 시위대를 저지했다.
○…폭도들이 이날 뱅크 발리 은행을 약탈하려하자 은행원들이 1만, 2만, 5만짜리 루피아화 다발을 던져 약탈을 막기도 했다. 한 은행원은 『금고를 털리는 것보다 차라리 현금을 던지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폭도로 변한 군중은 화교 상점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상점과 슈퍼마켓약탈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 중에는 어린이들도 눈이 벌겋게 충혈돼 물건을 훔치기에 정신이 없었다. 화교 상점들은 철시상태였으나 시위대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약탈하고 화교들에게 폭행을 가했다. 화교들중 상당수는 이미 홍콩과 싱가포르로 대피했고 자카르타 공항에는 탈출하려는 화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시위대들이 이날 영자지 자카르타 포스트와 일간지 콤파스의 편집국 간부들을 습격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이들이 신문사 건물에서 피신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일부 신문과 방송들은 대학생들의 시위는 알리지 않고 폭력사태만 부각해서 보도해 어용언론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사임할 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이날 싱가포르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만400루피아에 거래되는 등 반등세를 보였으나 다시 떨어졌다. 자카르타 증시에서도 수하르토의 장남 밤방 트리하트모조가 운영하는 비만타라 그룹 주가가 17%나 떨어졌고 장녀 시티 하르디얀티가 운영하는 시트라그룹 주가도 14%가 하락했다.
○…유혈 폭동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일본 방위청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고 있는 1만3,000여명의 일본인을 피난시키기 위해 자위대 수송기와 정부 전용기를 자카르타 공항 등 5개 공항으로 급파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자카르타 한국대사관은 14일 한국학교 학생들을 낮 12시에 조기 귀가시키고 15, 16일 양일간 휴교토록 했다. 대사관은 또 한국인 기업체에 대해서도 2∼3일간 휴업하고 비상근무조를 만들어 숙직자를 늘리도록 권고했다.<자카르타 외신="종합">자카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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