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봉기” 부추기고 향우회서 공천 개입/부산선 후보 출생지 놓고 끝없는 난타전『부모가 돌아가셨는데 자식들이 뒷수습을 제쳐둔채 누가 임종을 했니, 누가 안했니만 따지고 있다』 『집에 불이 났는데 화인(火因)을 따지고 앞으로를 생각하기 보다 바가지로 껐니, 소방호스로 껐니 하고 말싸움만 한다』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야의원들이 이상하게 흐르는 환란책임 논쟁을 꼬집은 말이다. 하지만 더욱 문제는 이처럼 본말이 전도되고 소모적인 논란이 요즘 지방선거전에서 더욱 확대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주의 조장이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이에 대한 비난이 노골적인 「역지역주의」로 흐르고 후보의 출생지가 최대의 선거쟁점이 되고 있다.
도덕성 잣대를 내세워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의혹과 스캔들을 마구 흘리는 일이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말로는 후보자질과 지역일꾼을 외치면서도, 자신의 강점보다 상대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네거티브 캠페인」만이 춤을 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추하게 돌아가는 선거판은 「IMF식 생존투쟁」에 허덕이는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더욱 부채질하면서 선거를 「정치인만의 잔치」로 전락시키고 있다.
■지역감정 조장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구·경북지역 필승대회에서 『난 간단한 사람이 아니여…. 한다면 하는 사람이랑께』라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 말을 흉내내며 「영남봉기론」을 부추겼다.
호남권에서 유사한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최근 수도권에서 호남향우회 또는 충청향우회 등이 여당의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에 깊숙이 관여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결과 참신한 인물보다 재력가인 「지역 토호(土豪)」들이 득세하는 경우가 많다.
■출생지 논란 지방선거인 만큼 어느 정도의 지역색은 피할수 없다고 해도 부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극치를 달린다. 발단은 한나라당 안상영(安相英) 후보가 호적상 출생지가 전남 광양인데도 부산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한 것.
이에 무소속의 김기재(金杞載) 후보측은 『안후보의 거짓말을 믿고 부산까지 호남출신에게 넘길수 없다』는 공세논리를 펴고있다. 그래서 부산시장 선거전은 후보자질 검증은 뒤로하고 오로지 출생지 공방에만 매달려있는 실정이다.
■매터도 퍼뜨리기와 전력시비 경기도에서 국민회의 임창렬(林昌烈) 후보는 「부인 스캔들」에,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 후보는 「YS커넥션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반쯤은 사실이 된다』는 우리의 나쁜 관행의 결과이다. 이와함께 20∼30년전 일까지 들추어 여자관계, 음주벽, 이권개입 등의 온갖 흑색선전을 유포하는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선거전은 본류에서 벗어나 꼬투리잡기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나쁜 인간」으로 매도하니 유권자들은 선택할 후보가 없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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