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나돌며 거론기업들 무더기 하한가/부도러시 진정·환율조정돼야 안정 찾을듯주가가 「자유낙하」를 거듭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국가부도」 직전이던 지난해 12월24일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아직도 「저점」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증시상황 12일 주식시장은 「구조조정 쇼크」에 휩싸였다. 11일 은행들이기업구조조정 기준을 발표하자 객장에는 어느 기업이 이 기준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고객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때맞춰 거평그룹일부 계열사의 1차 부도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권가에는 구조조정대상을 나름대로 뽑은 「살생부」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협조융자를 신청했던 기업이나 자금악화설이 한번이라도 돌았던 기업들은 예외없이 하한가를 기록, 315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주식 살 사람이 없다 지난해 12월의 주가폭락은 외국인들을 선두로 개인 기관 할 것 없이 모두 주식을 내다 팔았기 때문이었다. 외환위기가 한가닥 잡히면서 주가는 다시 뛰었다. 하지만 지금은 「팔자」가 쏟아져서라기보다 사려는 측이 없어졌기 때문에 당시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2월 한달간 2조1,800억원까지 이르렀던 외국인들의 주식순매수는 이달 들어서는 11일까지 마이너스 51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1월20일 4조원에 달했던 개인고객들의 예탁금도 9일 2조원마저 무너져 「개미군단」역시 해체된 상태다.
■전망 ABN암로증권의 송동근(宋東根) 이사는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세력은 외국인밖에 없지만 외국인들은 구조조정이 빨리 진행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외국인들이 주식을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환율 역시 고평가돼 있는 상태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12월24일 352.45에서 12일 현재 361.58로 「IMF 수준」으로 근접했다. 하지만 대신증권이 환율을 감안해 분석한 달러환산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12월 24일 90.93에서 11일 현재 125.83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앞으로도 주가가 더 떨어지거나 환율이 인상돼야 저점을 의식, 주식을 살 마음이 생길 것이라는 의미다. 내부여건으로는 선물가격이 점차 고평가 되면서 프로그램 매매에 의한 매수차익거래(선물매도 주식매수)가 가능한 시기가 됐다는 점에 기대를 거는 견해도 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