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말쑥한 실직자가 술주정꾼 걸인으로 전락/“성직자의 말은 잘따라 종교단체가 지원 앞장을”『상당수 노숙자들이 심신이 완전히 망가진채 범죄조직의 유혹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역 영등포역 등지에서 노숙자생활을 직접 체험한 보건복지부 김경수(金景壽·46)사무관은 노숙자들의 보호와 사회복귀를 위한 대책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노숙자문제 실무를 맡고있는 그는 『제대로 일을 하려거든 그들과 잠을 자보라』는 한 성직자의 충고에 따라 동료 한응수(韓應洙)사무관과 함께 지난달 28일부터 4박5일간 「노숙출장」을 다녀왔다.
「오전 4∼5시께 일어나 서울시내 배회. 오전 11시께 무료급식소에서 점심 해결. 근처공원서 3∼4시간 낮잠. 퇴근러시아워가 시작되기전 무료급식소로 이동. 저녁식사후에는 술마시거나 잡담, 화투놀이로 밤샘」. 김사무관이 파악한 노숙자들의 하루다. 이렇게 살아가는 노숙자들이 서울에만 2,000여명으로 70%가량이 실직한 30∼40대 남자들. 셋방에서 쫓겨난 부부노숙자, 일자리를 찾아나온 여자노숙자도 예상외로 많았다고 한다.
김사무관은 『장기 노숙자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총체적 무기력증과 범죄유혹』이라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어쩌다 일자리를 얻어도 얼마 안돼 「거리」로 되돌아온다는 것. 그는 실제로 2월 실태조사때 말쑥한 차림새였던 한 실직자가 불과 두달새 술주정꾼 걸인으로 전락한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역 주변 토착 부랑인조직의 꾐에 빠져 앵벌이 관리감독이나 자해(自害)걸인이 되는 예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범죄조직원들은 아예 노숙을 함께 하면서 「포섭대상」을 물색하는데 한 노숙자는 『저 사람들한테 잘못 걸리면 큰일나니 아는 척도 말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김사무관은 『노숙생활 사흘을 넘기자 나 역시 만사가 다 귀찮아지더라』면서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종교단체에서 앞장서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숙자들이 정부에 대해서는 반감을 보인 반면 종교단체의 활동에는 호감을 나타내고 성직자들의 말도 잘 따른다는 체험에서 나온 주장이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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