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명칭 제정과정·92년 9월 신공항 이름 현상공모
·93년 10월 세종·인 천·서울영종 등 3안을 가작으로 선정
·95년 1월 명칭심사위에서 영종국제공항으 로 선정
·96년 3월 서울인천국제공항으로 잠정 결 정된 것으로 알려짐
·96년 3월 2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최종 확정
·96년 4월 11일 총선
◎96년 3월 4년 진통끝 ‘인천’으로 확정/공모에선 ‘세종’ 1위… 행정소송 제기
「인천국제공항」의 명칭은 4년여동안 숱한 진통을 겪은 끝에 96년 3월21일 건설교통부의 발표로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이에 반발, 명칭을「세종」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 단체와 이에 맞서 「인천」을 고수하는 단체까지 설립돼 여전히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명칭을 공모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초 92년 9월 신공항명칭을 현상공모했을 때 1위를 차지한 것은 「세종」이었고 「인천」은 하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인천이란 이름이 배제된데 대해 인천시가 크게 반발하고 나서자 신공항건설공단측은 「세종」과 「서울 영종」, 「인천」 등 3개의 이름을 당선작이 없는 가작으로 나란히 발표했다. 그러다 95년 1월 외국항공사지점장과 시민단체 등 18개단체 대표로 구성된 명칭심사위는 일단 「영종」국제공항으로 선정, 건교부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역시 인천시가 가만있지 않았다. 인천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은 『인천의 일개 동(洞)에 불과한 영종을 국제공항의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항이름에 반드시「인천」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도 논란에 뛰어 들었다. 『신공항의 주고객이 서울시민이므로 당연히 명칭에 「서울」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논리였다. 중재에 나선 건설교통부는 양측의 논리를 수용, 「서울인천공항」을 적절한 대안으로 생각해냈지만 또다시 각계의 거센 항의에 부딪혔다.
결국 96년 3월21일 건교부는 최종결단을 내렸다. 신공항 명칭을 「인천」으로 전격 확정한 것이다. 그러나 곧바로 발표시기를 둘러싸고 의혹이 제기됐다. 4·11 총선을 불과 20일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는 국제공항의 90%이상이 지역명칭을 공항명칭으로 쓰고 있다고 결정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인천지역 표밭 관리를 위해 민주계 실세였던 최기선(崔箕善) 인천시장이 청와대에 긴급지원을 요청, 인천으로 낙착됐다는 「분석」이 제법 설득력있게 나돌았다. 이후에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세종」을 주장했던 세종국제공항 명칭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행정소송을 제기, 급기야 이 문제는 법정다툼으로까지 비화됐다.<조재우·송원영 기자>조재우·송원영>
◎人名 공항명칭 사용은 극소수 불과/‘世宗’ 중국史에도 등장,공항과 무관/李炯石·인천 가천문화재단 문화부장·교육학박사
공항 명칭은 공항명칭 선정심사위원회의 선정에 이어 건설교통부의 검토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됐다. 이같은 지명결정 과정에는 해당지역 주민의 합의후 도나 광역시의 지명위원회를 거쳐 중앙지명위윈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통상의 지명결정의 법리(法理)가 기저에 깔려 있다.
공항명칭 변경은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원칙에도 위배된다. 인천국제공항 명칭은 합법적 절차를 통해 국무회의를 거쳐 결정됐다. 공모를 거친뒤 공항명칭심사위원회에서 영종국제공항으로 결정된 것을 인천시민들이 발표회 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수정, 관계기관에서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세종국제공항 명칭추진위원회」의 처사는 신국제공항의 위치가 분명히 인천광역시에 위치하고 있는만큼 「남의 상에 감놔라, 배놔라」하는 격이다. 「세공추」에서는 합법적이며 사리에 맞게 결정한 인천국제공항 명칭을 사용중지토록 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같은 극단적인 행위보다는 먼저 인천광역시민들에게 납득할 수있는 논리를 내세워 호응을 얻은 후 전국민의 찬성, 서명운동을 벌여 그 결과를 근거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절차상 옳다고 생각한다.
세종대왕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는 널리 알려졌지만 세계인들에게는 생소해 친근감은 고사하고 그들에게 이해를 시키는 데 힘이 많이 들 것이다. 외국의 경우 인명을 공항명칭으로 사용한 나라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세종(世宗)이라는 이름은 중국역사에도 자주 등장한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외에 중국 명나라 황제인 가정제(嘉靖帝)도 세종(世宗)이며 청나라 황제 옹정제(雍正帝)도 세종(世宗)이다. 이들의 업적은 브리태니커 세계백과사전에도 기록돼있다.
케네디공항의 경우 뉴욕에 공항이 두 곳이 있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기 위하여 인명을 따서 지은 것이다. 즉 한 도시에 2개 이상의 공항이 있다면 고려해 볼수 있겠으나 인천에는 새로 건설되는 공항이 한개 뿐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인천은 국제적으로 이름난 항구도시이다. 백제시대에 중국과 교류를 시작한 국제적 도시이며 한국전쟁때 유엔군 총사령관 맥아더원수의 지휘로 수행된 인천상륙작전은 이곳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었다.
인천은 세종대왕과 특별한 연관이 있는 지역도 아니며 구태여 세종대왕과 항공, 또는 공항과의 관계를 찾을 수없다. 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위인은 단군왕검이나 충무공 이순신장군 등 많은 인물이 존재한다. 국제공항명칭을 세종으로 변경할 필연성이나 당위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더 이상의 논란은 사업추진에 악영향
▲심혁윤(沈爀倫) 건설교통부 신공항건설기획단 신공항계획과장=인천국제공항이라는 명칭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되었으며 이미 2년이상 국내외적으로 널리 홍보되어 사용되고있기 때문에 더이상 논란의 대상이 되거나 변경되어서는 안된다.
물론 우리 역사상 세종대왕이 남기신 훌륭한 업적과 정신을 기리고자 세종국제공항으로 명칭을 바꾸어야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바가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천이라는 명칭 또한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영원히 사용할 대한민국의 고귀한 도시이름으로 그 지역에 위치한 공항 명칭으로 사용하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떠한 명분과 이유로든 이미 제정된 명칭을 변경할 경우 이로인한 혼선 야기로 국제적 신뢰손상과 이미 투자된 각종 홍보효과 훼손에 따른 경제적 손실발생은 물론, 향후 홍보·투자유치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더욱이 이 지역주민들이 심한 박탈감으로 각종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사태가 빚어질 경우 원활한 공항건설사업에 장애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자칫 국론분열의 인상으로 비쳐져 사기저하가 우려되는 등 성공적 사업추진에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여건을 감안할 때 인천국제공항의 명칭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무의미하며 이제 논란이 종식되어야한다는 것이 건설교통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國稅로 건설,특정지역명 고집 잘못/‘세종공항’ 문화홍보효과도 매우 커/元光鎬·세종국제공항 명칭추진위원회 사무총장
영종도에 건설중인 새 국제공항은 21세기를 여는 한국의 관문이다. 규모로 보아도 김포국제공항의 3.5배인 1,700만평으로 세계 3위이자 동양 최대이다.
인천시민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수조원에 달하는 신공항 건설 예산이 인천시가 아닌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된다는 사실만 감안해도 굳이 특정지역명칭인 인천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더욱이 92년 당시 교통부는 중앙 일간지를 통하여 공항이름을 현상공모한 바 있다. 그 결과 1,643건(568종)의 응모작 가운데 세종(101건)이 1위였고 2위가 서울, 3위가 아리랑. 8위가 인천(30)이었다. 이 사실이 발표되자 곧 인천시민이 반발, 건설교통부는 4년여 동안 명칭 제정을 보류했다가 96년 3월 21일「인천국제공항」으로 확정, 발표했다. 총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직권으로 낙점했다는 것이다. 문민정신을 배반한 어처구니 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현상공모에서 세종이 당당히 1위로 가려진 것은 국민들의 높은 역사·문화의식과 국제적 감각의 표출이요, 참뜻이며 여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인천으로 결정된 배경은 지역이기주의와 권력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구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뛰어난 인물이름을 따서 공항이름을 짓는 예는 이미 보편화된 세계적 추세이다. 로마에는「레오나르도 다빈치」공항이 있고, 파리의 제1공항은「샤를 드골」공항이다. 뉴욕의 주요 관문은 「J.F.케네디공항」이며 얼마전 워싱턴 공항은 레이건 전대통령의 이름을 따 「레이건 공항」으로 바꿨다. 이렇듯 세계 여러나라가 주요 공항 이름을 제나라 위인의 이름을 따서 짓고 있는 실정인데도 우리는 단지「선례가 없다」, 또는「예산 낭비다」라는 주장으로 극구 지역명을 고집하고있다.
미국처럼 수십년 지역명을 사용하던 공항 이름을 인물명으로 바꿔쓰는 나라가 있는 마당에 아직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등록도 안된 「인천」이 얼마나 홍보가 되었다고 예산 낭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이제라도 거시적인 안목에서 인천이 아닌 세종국제공항(KING SEJONG AIRPORT)으로 이름을 바꿀 경우 그로 인한 우리문화의 홍보효과는 돈으로는 평가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또 공항안에「세종대왕」을 알리는 홍보관을 만들고 공항입구나 중앙 공원에 동상이나 상징탑을 세운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다.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통합 이미지로 「세종」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다.
그리고 「INCHON」은「인촌」으로 읽기 쉬운데 「SEJONG」은 「세종」으로 읽을 수 있다. 통일을 내다 보더라도 7,000만 겨레가 하나되어 함께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세종 뿐이다.
◎‘한국=세종’ 상징성 이미 세계적 인정
▲김석득(金錫得) 외솔회회장·연세대 명예교수=세계적으로 지역 이름을 붙인 공항이름이 훨씬 많다. 하지만 여러나라에서 그나라 대표적인 국제공항의 이름에 내로라하는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붙여 그들의 긍지를 과시한다. 과연 우리는 긍지를 상징하는 공항이름을 하나라도 가져서는 안될 이유라도 있는가.
세종성왕은 이미 세계사적 시각에서 주목받아온지 오래다. 위대한 계몽주의자, 인도주의자, 민주주의자, 15세기 세계과학시대를 연 과학자, 인류 지적창조의 상징적 위인 등으로 평가된다. 유네스코의 세종상 제정과 훈민정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세종별, 남극의 세종기지 등 우주계와 지구촌은 「한국=세종」으로 상징하는 듯 하다.
사실상 세종은 세계 위인들에다 「α」가 더 붙은 존재로 평가받고있다. 도리어 우리나라안에서 이러저러한 일을 결정하는 이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을 뿐이다. 일종의 자학행위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옳은 역사관의 편에 서있다. 그러기에 공항이름 공모에서 세종국제공항이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인천으로 결정한 지난 정권의 처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비민주적, 근시안적인 정치도구화, 마비된 역사의식이라고 탓할 수 밖에 없다.
잘못을 고치는 일시적 고통은 새 창조의 성스러운 진통이다. 지역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겨레의 역사적 맥박이 고동치는 「세종국제공항」으로 21세기를 열기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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