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보다 훨씬 깊은 소리/대형재킷의 예술성에 매료/중학교때 부터 700여장 모아음향이 선명하고 순식간에 곡을 찾아내는 디지털방식의 CD(Compact Disc)가 나온 뒤 롱 플레이(LP·Long Play)판은 레코드가게에서 거의 사라졌다. 몇몇 전문점이나 초대형 레코드점에서 구할 수 있을 정도. 제작도 거의 안 된다. 나이트클럽 디스크자키들의 스크래칭(레코드를 긁어 특수음향을 만드는 것)을 위해 극소수만이 만들어질 뿐이다.
그러나 정종륜(32·회사원)씨는 LP를 고집한다. 원음과 거의 같은 음향을 미려한 영상과 함께 재현해내는 LD(Laser Disc), DVD(Digital Video Disc)등 첨단 음향기기들이 쏟아져 나와도, 역시 음악을 듣는 「맛」은 LP에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며 난감한 표정으로 LP의 「맛」을 설명했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CD는 빛의 감응으로 소리를 재현하지만, LP는 레코드판의 홈을 긁어 내는 소리잖아요. 바늘이 움직이는 레코드판의 굴곡에 따라 미세한 변화가 느껴지죠. 바늘의 무게와 홈의 깊이가 소리를 더 깊이있게 만들어요. 특히 베이스 등 낮은 음향은 LP가 훨씬 힘있죠. 핑크 플로이트의 「더 월」 앨범은 LP와 CD, 둘 다 갖고 있는데 LP만 듣게 되더라구요』
또 다른 매력은 「재킷의 예술」.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CD재킷과 달리 큼직한 사진과 활자로 구성된 LP재킷 중에는 소장할 가치가 있는 멋진 것이 많다.
『특히 레코드 2장을 함께 담은 더블판은 더 예술적이죠. 재킷을 6면으로 펼칠 수 있게 만든 포스터커버 앨범은 몇 장 갖고 있지 않지만, 정말 아끼는 것들이에요. 3년 전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베가스 오페라」의 포스터앨범을 구했을 때 정말 기뻤어요』
정씨가 갖고 있는 LP판은 700여장. 음악을 듣기 시작한 중학교 3년때부터 사 모은 것들로 그가 좋아하는 프로그레시브 록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재즈와 클래식에도 눈을 돌렸다. 예전처럼 LP를 자주 사러 다니지는 않는다. 직장생활이 바빠서이지만, 실은 더 이상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프로그레시브 록 LP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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