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왕비 신위모시는 사당 ‘역사를 한눈에’/총길이 100m 정전은 국내 최장 옛 건물/폭군 광해군·연산군은 위패없어TV사극을 통해 자주 듣게 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종묘사직. 서울 종로3가에 위치한 종묘와 지금은 종로구 사직공원으로 변한 사직은 어떤 곳일까.
95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종묘는 특히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곳이지만 「종묘사직」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어린이는 많지 않다.
민예총 산하 역사탐방연구회 회원 김경선(정보기술교육원 근무)씨의 안내로 종묘의 기능과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나들이학습을 떠나자.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한 뒤 경복궁과 함께 건축한 것이 종묘와 사직. 경복궁 오른쪽에 위치한 종묘는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는 사당이며 왼편에 위치한 사직은 농사를 주관하는 토지신과 곡식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장소이다. 김씨는 『당시는 조상을 숭배하고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것을 국가통치의 근본으로 삼았음을 알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때문에 「종묘사직」 또는 줄여 「종사」라는 말이 바로 국가를 지칭하는 단어로도 쓰였다.
종묘는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궁궐처럼 위압적이거나 화려하지 않으며 석굴암이나 팔만대장경 판고처럼 기술적인 경이감이 덜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김씨는 『이 곳에서 조선의 역대왕들과 공신들, 조선역사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대지 5만여평에 들어선 종묘의 주요 건축물은 정전과 별전에 해당하는 영녕전, 조선의 명재상들을 모신 공신당등이다. 주실 19칸에 총길이가 100m가 넘는 정전은 국내에서 가장 긴 고건축물이기도 하다. 태조 태종 세종 세조 영조 정조등 19분의 왕이 모셔져 있다. 4대조까지 사당에 모시다가 그 이상이 되면 영녕전으로 옮겨지게 되는데 업적이 뛰어난 왕들은 정전에 계속 모셨다. 늘어나는 신위 때문에 정전은 몇 차례에 걸쳐 증축됐으며 현재의 건물은 임진왜란때 불탄 건물을 다시 건축한 것이다. 조선 역대 왕가운데 종묘에 위패가 남겨져 있지 않은 왕은 폭군으로 알려진 광해군과 연산군. 통치자에 대한 평가가 후대에까지 남는다는 점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
왕의 이름과 조선 역사를 대충 꿰어보았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종묘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일. 일자형 구조와 맞배지붕 홑처마지붕 소박한 단청등 간결한 외양이지만 종묘는 고도의 절제와 안정감으로 「동양의 파르테논」으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엄숙함과 고요가 느껴지는 이 곳에서 현재와 과거,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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