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안주땐 낙오”… 최대이윤 좇아 국경·민족초월 급류『독일기업, 미국기업이라는 말은 없다. 오직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이라는 말만이 있을 뿐이다』 독일의 한 기업가가 독일의 최대 업체인 다임러 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 자동차간의 합병에 대해 내린 평가이다.
상호이익을 찾아 국제적으로 이뤄지는 기업의 인수·합병(M&A)에 국경, 민족주의 등과 같은 단어는 과거의 유물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역성에 안주할 경우 빠르게 변모하는 외부 환경에 뒤쳐지고 만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월경(越境)성 M&A가 오늘날 급작스런 추세는 아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80년대 후반 활발히 이뤄지다 한동안 주춤한 후 90년대 중반부터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거래액 규모 기준으로 95년에는 2,000여억달러에 달했으나 97년에는 4,000여억달러로 2배 가까이 치솟았다. 또 올해들어서도 다임러― 크라이슬러 합병을 계기로 지난해보다 빨리 1,000억달러 규모를 돌파해 새로운 기록 수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월경성 M&A가 활성화하는 이유는 과학부문의 진전을 들 수 있다. 항공기 등 교통 수단의 발전으로 이전의 지리·지형적 장애가 문제시 되지 않는다. 또 첨단 통신수단이 등장하며 인공위성, 인터넷 등을 통한 동시 화상회의 개최 등이 가능해 시공(時空)을 초월할 수 있게 됐다. 최대의 이윤을 좇는 기업인들로서는 「하루 24시간 해가 지지않는 제국의 건설」을 당연히 꿈꿀 법 하다. 또한 선택의 폭이 넓은 해외에서 이상적인 사업 파트너를 찾아 기업가치를 높임으로써 주주들도 월경 M&A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이런 점에서 벤츠 고급브랜드로 명성 높은 다임러와 지프 등 실용성과 견고성의 대명사인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가장 이상적인 만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규모에서 M&A에는 못미치지만 외국기업간의 전략적 제휴관계도 증가 추세다. 특히 경쟁이 심한 항공사간 제휴가 두드러진다. 유나이티드 에어, 에어 캐나다 등 5개 외국항공사와 「스타연맹」을 결성한 독일 루프트한자는 지난해 대서양노선 여객수를 20% 늘리며 2억2,500만달러의 수익을 더 올렸다.
물론 성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1세기를 앞두고 각국의 기업풍토가 보다 선진화, 세계화하며 국적을 초월한 M&A 물결은 보다 거세질 전망이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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