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차단 암세포 고사방식/인체적용엔 2년 이상 걸릴듯/기존치료 성실히 받는게 최선최근 외신과 국내 언론은 새로운 암치료제인 앤지오스태틴과 엔도스태틴의 동물실험결과를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이 약을 개발한 제약회사의 주가가 폭등하고 많은 암환자들이 임상실험을 자원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나 그 가족에게는 가슴설레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새 암치료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기존의 항암제와 달리 암세포와 연결된 혈관을 차단해 암을 고사(枯死)시키는 작용을 한다. 암세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정상세포와 마찬가지로 혈액을 통해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받아야 한다. 따라서 암이 일정 크기 이상으로 성장하면 영양소와 산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신생혈관을 유도하게 된다. 마치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수품 보급로를 확보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과정을 앤지오제네시스(angiogenesis)라고 한다.
앤지오스태틴과 엔도스태틴을 개발한 미국의 포크먼박사는 71년 신생혈관의 생성 없이는 암종양이 2∼3㎜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후 신생혈관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암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즉 적군을 섬멸하기 위해 적을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보급로를 차단해 고사시키려는 전략인 셈이다. 이번에 개발된 신약 외에도 앤지오제네시스를 차단하는 약제가 여러 종류 개발되고 있다. 이 중 TNP470, PF4, BB94등은 이미 임상실험이 진행중이어서 많은 학자들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존 항암제는 대부분 암세포의 증식과정에서 DNA의 복제를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정상적인 인체세포에서 생겨나므로 대사과정이 정상세포와 별 차이가 없다. 항암제를 쓸 경우 정상세포에도 손상을 주어 심한 부작용이 초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앤지오제네시스를 차단하는 약제는 작용방식이 달라 부작용의 성격도 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앤지오스태틴과 엔도스태틴의 경우 동물실험에서 부작용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가 인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위스콘신대 아우어바흐 박사의 견해처럼 허혈성 심장병환자, 성장기의 아동, 상처를 치유하는등 신생혈관의 생성이 생리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도 부작용이 없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반면 이번 신약이 2년 내에 암을 정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내놓는 학자들도 있다.
임상실험이 실패할 가능성으로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동물실험에선 효과가 있었으나 인체에 투여하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 과거 여러 차례 경험한 일이다. 따라서 신약의 임상실험결과를 기다리느라 기존의 표준적인 암치료를 등한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둘째, 신약의 효과가 뛰어나더라도 임상실험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장애를 만나 실용화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임상실험은 많은 윤리적, 사회적, 과학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성급한 기대를 갖기보다 공인된 치료를 성실히 받으면서 임상실험결과를 지켜보는 게 최선일 것이다.<박찬형 성균관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센터소장>박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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