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밥 먹고 고기는 살코기로 계란도 프라이보다는 삶아서다이어트라고 하면 대부분 먹지 않는 쪽으로만 생각한다. 즉 굶거나 식사를 거르거나 한 가지 음식만 먹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특히 비만한 사람들은 「살을 빼려면 적게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탓에 음식의 양을 무조건 줄이기에만 급급하다. 그러나 다이어트(diet)의 어원은 식사 그 자체를 말하는 것으로, 안 먹는 것이 아니라 건강상태에 맞게 잘 가려서 먹으라는 뜻이다. 비만증 환자들은 대부분 안 먹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서 쫄쫄 굶는다. 또 먹지 않는 것에 비하면 살도 별로 빠지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여대생 김모(22)양의 경우를 보자. 그는 살을 빼기 위해 배고픔도 참으면서 다이어트를 해왔다. 그런데 살이 빠지기는 커녕 체중이 계속 늘어나고 어지럼증이 생겼으며 변비가 심해졌다고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그의 식사내용을 알아 보니 아침은 시간이 없다고 거르고, 점심은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 근처에서 볶음밥과 오징어튀김으로 해결하며, 저녁은 밥을 먹으면 살이 찔 것같아 군것질로 대신하고 있었다. 저녁 군것질은 대개 초콜릿 1개, 에이스과자 1통, 콜라 1캔이었다.
혈액검사를 했더니 다른 이상은 없었으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비만과 고지혈증이라는 영양과다와 빈혈이라는 영양부족 현상이 공존했다. 우리 몸에 해가 되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많은 반면 꼭 필요한 혈색소는 모자라는 상태이니, 풍요 속의 빈곤이 따로 없었다. 남에게 얘기해봤자 몸은 뚱뚱한데 웬 빈혈이냐며 믿어주지도 않고 덩치값도 못한다며 빈정거릴 게 뻔하다.
그러나 잘 따져보면 불량한 식사습관의 당연한 결과이다. 먹는 양을 줄였다곤 하지만 칼로리와 지방섭취는 오히려 더 늘어나 살이 제대로 빠지지 않은 것이다. 반면 철분과 섬유질을 거의 섭취하지 않았으니 빈혈에 변비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무조건 먹는 양만 줄인다고 다이어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양을 줄이다 보면 배는 배대로 곪게 되고 항상 못 먹는 것에 대한 불만이 쌓인다. 이같은 불만이 어느 순간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이 과식하게 돼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나름대로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지만 별 효과가 없는 사람도 많다. 다이어트에도 요령이 있다. 먹는 즐거움과 포만감을 충분히 느끼고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며 남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다이어트여야 한다.
일단 세 끼 주식에 충실하자. 다이어트를 하거나 밥맛이 없다는 이유로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은 살을 빼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살을 빼고 싶다면 차라리 저녁식사의 일부를 아침에 먹는 것이 낫다. 매 끼 밥의 양은 약간 줄이되 잡곡밥 위주로 먹고 국, 나물, 김치, 해조류와 같은 반찬을 많이 먹어 배를 불려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고기를 먹어도 된다. 고기는 살코기로 먹고 닭고기는 껍질을 벗겨 먹는다. 생선은 기름없이 석쇠에 굽거나 조려서 먹고 계란도 프라이보다는 삶거나 쪄서 먹는 게 좋다. 간식이나 군것질은 과일로 하되 사과 반 개, 귤 1개, 딸기 10개 정도를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칼로리와 지방 섭취는 줄고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은 충분히 먹을 수 있어 살을 빼면서도 균형있는 영양소 섭취가 가능하다.<박혜순 울산의대 교수·서울중앙병원 비만클리닉>박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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