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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公認 ‘살생부’ 만든다/기업 도태기준 어떻게 마련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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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公認 ‘살생부’ 만든다/기업 도태기준 어떻게 마련되나

입력
1998.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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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銀간 미합의땐 조정기구서 최종 판정은행권의 「기업살생부(殺生簿)」작성작업이 시작됐다. 과거에도 루머성 부실기업 명단이 나돈 적은 있지만 이번 살생부는 실제로 시장퇴출(도태)을 목적으로 한 「정부공인 블랙리스트」란 점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살릴 기업」과 「죽일 기업」을 객관적으로 가려내기 위해 세부기준과 절차를 마련중이나 상당부분 「임의성」이 개입될 소지가 있어 정부­금융권­재계간 치열한 물밑움직임도 예상된다.

■기업구조조정 언제 어떻게 시작되나 7월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기업의 경우 각 은행들은 기업부실판정위원회를 통해 A,B,C 분류를 이달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나 여러 은행에 여신이 걸쳐 있어 통일된 판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재벌급 기업은 이달중 설치될 조정기구를 통해 한번더 걸러질 전망인데 만약 조정기구에서도 정리대상(C등급)으로 최종판정되면 1단계 신규여신중단, 2단계 기존여신회수를 거쳐 회사는 매각처분되거나 부도 혹은 법정관리등 정리절차로 들어가게 된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특별대책반을 통해 내달말까지 분류작업이 완료된다. 결국, 조정기구 심의기간을 포함하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본격적인 정리작업은 물리적으로 7월부터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회생기업에 대한 지원. 외형상 부실기업이라도 정상기업(A급)으로 판정되면 부채탕감, 원리금감면, 단기고리채무의 중장기저리전환, 대출금의 은행출자전환등 파격적 혜택이 부여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실기업정리 뿐 아니라 회생가능기업 지원도 중요한 구조조정』이라고 밝혔다.

■조정기구 어떤 역할할까 이달중 발족할 조정기구는 기업살생부 최종판정에 관한 전권을 행사한다. 종금사 정리때 활동한 경영평가위원회에 비유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이와 관련 『앞으로 A,B,C 판정때 부실대기업이라도 여신이 많은 주거래은행은 가급적 도와주려고 할 것이고, 여신이 적은 은행은 지원에 소극적일 것이다』며 『결국 대기업의 생사는 전적으로 조정기구가 담당한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힘이 실릴」조정기구가 얼마나 중립적이고 투명하게 작동할 것이냐는 점. 금융계는 조정기구가 정부의 개입과 정리대상재벌의 로비를 위한 장(場)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누가 살생부에 오를까 정부와 채권단은 정리대상 기업수를 가급적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회생·정리판정대상에 오를 대기업은 11개 협조융자기업과 부실징후기업을 포함, 은행별로 약 40∼50개 정도다. 3년연속 적자기업, 차입금이 연간매출액보다 많은 기업, 자본잠식업체, 경영내분업체들이 주로 판정대상에 오르게 되지만 채권단은 이번 기업판정과정에서 「현재의 금리(연 18%)가 아닌 정상금리(연 12∼13%) 수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을 계획이어서 현재 자금난을 겪더라도 상당수기업은 A,B등급을 받아 살생부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누가봐도 부실이 명백한 몇몇 협조융자기업을 포함, 약 10여개 대기업은 시장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금융계는 관측하고 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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