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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해지는 미국/윤석민 뉴욕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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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해지는 미국/윤석민 뉴욕 특파원(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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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차는 듀랭고이다. 6일 독일의 다임러 벤츠사와 합병을 발표해 세계자동차 시장에 충격파를 던진 미국 크라이슬러사 제품이다. 선전에서 코뿔소가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냥 지나가는 이 차는 경트럭으로 분류되는 4륜구동 지프. 근육질의 차체에 강력한 8기통 엔진을 얹어 단단하기가 꼭 탱크같아 보인다. 벤츠사가 탐낸 크라이슬러의 「견고성」명성에 걸맞는 차다.듀랭고를 비롯한 경트럭이 미국인 가정의 「세컨드 카」로 자리잡은 것은 최근 2, 3년 사이의 경향이다. 이전 「패밀리 카」의 대표 주자이던 왜건형 승용차들은 속속 폐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말이 경트럭이지 승용차 못지않은 승차감에 넓고 안락한 내장으로 인해 인기는 갈수록 치솟는다.

실제로 판매면에서 승용차와 경트럭간 격차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이다. 경트럭의 경우 올해 4월 판매대수(미국내)는 53만 937대로 지난해 4월 50만 5,873대보다 5% 늘었다. 반면 승용차는 61만 5,287대를 팔아 지난해 64만 8,039대에서 5.1%가 줄었다. 당초 자동차업계는 아시아시장의 불황으로 4월 매출 부진을 염려했는데 오히려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수익이 18% 신장한 것을 「경트럭 판매 강세」 덕으로 돌리고 있다.

이에따라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뉴욕시내에서 말쑥한 정장차림들이 경트럭(승합차)을 타고 출퇴근하는 모습도 심심치않게 볼수 있는 장면이 됐다. 경트럭을 찾는 소비자들은 안전성과 실용성을 제일로 꼽는다. 4륜구동이라 눈길, 빗길에 미끄러지지 않고 험한 도로도 잘 달린다. 그러다 보니 운전 습관은 점차 엉망이 돼 간다. 남의 사정을 안봐주는 우리 도로의 무법자 덤프트럭을 연상하면 될 성 싶다. 얌전한 주부들도 경트럭 운전석에만 앉으면 「헐크」가 된다. 미 사회학자들은 경트럭 붐을 8년째 연속되는 경기호황과 연관짓기도 한다. 성취감 뒤에 오는 자기과시형 풍조이다. 미국내에서 최근 유행하는 시가(궐련)와 일맥상통한 점이다. 하지만 지나친 에고(Ego)탓인지 미 사회전체가 점차 「와일드(Wild)」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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