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이순호변호사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변호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재조(在曹)와 재야 법조계의 의견대립이 팽팽하다. 사건브로커를 사무장으로 고용해 형사사건을 독식했던 이변호사와 판·검사들의 유착관계는 오랜 법조부조리의 심각성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대한변호사협회는 유착관계의 원천이 전관예우 관행이라고 판단, 판·검사 출신 변호사에게는 일정기간 해당지역 관할법원의 형사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법무부에 제출했다.최근 열린 변호사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변호사들과 학계 인사들은 이를 적극 지지했으나 현직 판사와 검사들은 반대했다. 사건수임 제한이 법조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위헌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반대논리에도 근거가 있으나, 다수 학자들은 개업지 제한이 아닌 일정기간의 형사사건 수임 제한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형사사건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인신구속에 관련된 사건이 전관예우 시비의 주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변호사 사건에서도 나타났듯이 판·검사로 같이 근무했던 동료나 선후배가 변호사로 개업한후 부탁하는 사건을 봐주는 것은 흔히 있는 사례다. 사건브로커들은 이를 이용해 갓 개업한 변호사의 동료나 동향 동문의 판·검사가 담당한 사건을 골라 턱 없이 높은 성공수임료를 우려내고 있다. 법복을 벗고 1년만 열심히 뛰면 10년 먹을 돈을 번다는 뒷말이 업계에 무성한 것이 현실이다. 악덕 브로커 문제와도 맞물려있는 전관예우는 법조부조리 정화를 위해 반드시 없어져야 할 관행이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이번 기회에 비리 판·검사들의 변호사 등록제한과 비리 변호사 징계강화를 명문화해 법조계의 자정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지나친 온정주의와 감싸주기, 봐주기 풍조 때문에 재조 법조인들은 비리에 연루되어도 조용히 법복을 벗고 변호사 개업을 하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의식에 젖어있다. 비리 연루자의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고, 여러번 징계받은 변호사가 또 비위를 저지르면 영구제명하는 엄격한 규정을 두면 법조계 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OECD 가입국인 우리는 법률시장 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철저히 전문적이고 분업적인 외국 법률회사들과 겨루게 될 21세기의 법률시장에서 우리 변호사들이 살아남는 길은 자생력을 기르는 것 뿐이다. 법률시장 국제화 시대에 대응하고 국민의 신뢰회복에 기여하려면 변호사법 개정의 큰 방향이 특정 이익집단의 이해 관계로 흔들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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