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금융·세무관련 일대혼란 예상/“정부·업계서 문제해결 방심땐 큰코” 지적「2000년이 지날 때까지는 영수증을 꼭 모아두세요」
컴퓨터가 2000년대의 연도를 1900년대의 연도로 잘못 인식하는 이른바 「밀레니엄 버그」로 우리사회 각 분야에 일대 혼란이 예상되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갖가지 생활지혜가 등장하고 있다.
컴퓨터는 연도를 마지막 두자리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2000년의 경우 1900년과 구분할 수 없어 전세계가 2000년대가 오기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나 아직까지 해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조모(55)씨는 최근 각종 세금및 공과금 영수증을 보관하기 시작했다. 또 가입한 보험의 수익예상 표를 다시 한번 계산하고 자녀들에게도 신용카드 영수증을 보관하는 습관을 갖도록 일러뒀다. 조씨는 『평소에도 잘못된 공과금 부과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2000년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지금부터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우선 신용카드 구매 영수증 등을 보관하고 예금이나 보험상품의 이율 등도 꼼꼼히 계산해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후불제도 등으로 돈의 흐름이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신용구매의 경우 밀레니엄 버그로 혼란이 벌어지면 소비자가 엉뚱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만기일이 2000년 이후인 장기금융상품은 연도별 이율 계산 등 한 부분만 잘못돼도 전체가 뒤죽박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밀레니엄 버그가 어떤 혼란을 가져올지 업계에서도 정확히 예상하지 못한다』면서 『몇십년동안 불입되는 장기상품의 경우 보험 요율 계산이 혼동되면 전체적으로 수작업을 벌여야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납기일이 지나면 5% 가량의 연체료가 붙는 각종 세금이나 전기·전화요금 영수증 등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관하는 것이 좋다. 컴퓨터시스템 전문업체인 삼성SDS 복진호(卜鎭浩) 과장은 『시간, 날짜, 돈이 함께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정부나 업계에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개인들이 관련 영수증이나 증빙서류를 철저히 보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밀레니엄 버그는 소프트웨어나 금융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에까지 광범위한 소송사태를 몰고 올 전망이다.
컴퓨터프로그램 심의조정위원회 위원인 윤종수(尹鍾洙) 변호사는 『본격적인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소송이 러시를 이룰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피해보전을 위한 자구책을 미리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