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과 가깝다” 코오롱 移通 탈락/박관용 실장이 시중소문들어 “여론우려 不可” 진언/임채정 의원 “고대출신 경영연구회가 배후” 폭로/현철 등에업은 측근과 재계2세들 이권개입 많아제2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막바지로 치닫던 94년 2월27일. 밤 12시가 임박해 기자 2명이 코오롱그룹 무교동사옥 17층 이웅렬(李雄烈) 부회장의 사무실을 찾았다. 이부회장은 갑자기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근처 포장마차에서 간단한 안주와 소주를 시켰다. 소주 한두잔을 마실즈음 전화벨이 울렸다. 비서로부터 수화기를 건네받은 이부회장. 『예. 예. 그래요?!』 대답만 하던 이부회장은 수화기를 든 채 한동안 멍하니 섰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튿날 제2이동통신 사업자가 발표됐다. 「포항제철 제1 주주, 코오롱 2대 주주」 수년을 공들인 이부회장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전경련 회장단의 골프모임이나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의 집(승지원)에서 재계 총수들끼리 의견을 모은 이동통신사업의 「코오롱 제1 주주」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업자 결정권을 전적으로 재계에 맡기겠다던 정부가 갑자기 방향을 바꾼 겁니다. 청와대로부터 「코오롱은 안된다」는 연락이 왔다는 거예요』 코오롱그룹 고위 관계자는 『코오롱의 이동통신 2대 주주 결정은 재계의 의견이 완전히 무시된 청와대의 결정』이라고 확언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박관용(朴寬用·한나라당) 의원의 증언. 『사실입니다. 제가 대통령에게 「코오롱은 부담」이라고 진언했어요. 코오롱 이부회장과 현철이가 가깝다고 소문났는데 이동통신사업자로 코오롱이 선정되면 여론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를 드렸어요』 박의원은 『사실 상도동계가 아니어서 현철이가 누구와 친한지는 모릅니다. 당시는 현철이가 이런저런 이권사업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들이 막 나오던 때로 기억을 해요. 민정수석실에서 올라온 보고에는 「이웅렬과 김현철이 친해 이동통신은 코오롱으로 넘어간다는 소문이 기업들 사이에 나돌고 있다」는 겁니다. 이 보고대로라면 이동통신 사업권을 코오롱으로 넘길 경우 여론이 빗발칠 것은 불을 보듯 뻔했지요. 그래서 코오롱은 안되겠다는 판단을 한겁니다. 사실 이부회장과 현철이가 친한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고 이후에도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실장입장에서 민정실의 보고를 100% 믿어야지요』라고 말했다.
당시 이부회장은 김현철씨와 가깝다는 소문을 무척 부담스러워했다. 『동문인 것은 사실이고 동문모임 등에서 한두번 본 적은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만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현철씨와 친하다는 말이 나돈 겁니다』
사실 이부회장은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김현철씨를 만나려고 여러차례 시도했었다. 코오롱 관계자의 설명. 『소문이 부담된다.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그쪽에서 박태중(朴泰重)을 만나라는 겁니다. 박태중에게 코오롱이 제1 주주로 합당하다고 결정한 재계의 분위기를 전하고 협조를 구했지요. 그러나 나중에 돌아온 것은 오히려 짐이었습니다. 박태중에게 물려 파라오라는 의류판매사를 인수했고 그 때문에 어려움만 겪었지요』
이부회장이 김현철씨와 가깝다는 소문이 나돌게 된 것은 고대 동문이기 때문이다. 김현철씨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줄 정도로 가까웠던 최승진(崔勝軫) 우성 부회장과 이부회장의 교류가 많았던 것도 배경중 하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고대출신 재계 2세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경영연구회가 김현철 재계인맥의 핵심으로 지목됐다는 점이다. 경영연구회 푸른회 크림슨포럼 등 재계 2세들이 중심이 돼 결성된 모임들이 김현철씨의 배후에 있다는 말들이 많았고, 이들중 실제 친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를 보다 구체화한 것은 97년 2월 『김현철의 배후에 경영연구회를 주축으로 한 황태자클럽이 있다』고 한 국민회의 임채정(林采正) 의원의 국회 대정부 질문이었다. 한보청문회에도 섰던 G클리닉의 박경식(朴慶植) 원장 역시 김현철씨와 재계 2세들, 특히 벤처기업사장들과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박원장의 증언. 『현철이가 관리한 기업인중 메디슨 이민화(李珉和)가 있습니다. 이민화를 사기죄로 고소했을 때 현철이가 청와대 주치의를 시켜 나에게 전화하도록 했습니다. 고소건을 잘 처리하라고 한 배후인물이 자기라는 사실을 나에게 분명히 말했지요. 김현철은 황태자클럽과 여러차례 술을 마셨습니다. 나도 기회는 많았으나 술을 마시지 않을 때라서 함께 자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지목됐던 각 모임이나 관계자들의 주장은 이들의 말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특히 김현철의 재계쪽 사람으로 경영연구회와 벤처기업회장단을 거론했던 임채정의원의 말은 폭로당시와 현재 상당한 거리가 있다.
임의원의 설명. 『경영연구회 멤버들 모두가 김현철과 연관된다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들중 일부가 현철과 연결돼 있는데 모두가 그런 것으로 얘기한 것처럼 잘못 전해졌습니다. 그 모임 자체가 현철과 연결돼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당시 본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전달된 것입니다. 지금와서 다시 거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경영연구회 전임 회장이었던 삼일회계법인 김일섭(金日燮) 대표. 『김현철씨를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고 모임에 초대한 적도 없어요. 매월 1회 모임을 갖는데 지난번 모임에는 매킨지 서울지사장을 초빙했습니다. 경영에 도움을 받기 위해 각계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합니다. 현철씨를 부를 이유가 없어요. 임의원의 말이 나왔을 때 전혀 사실무근이어서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메디슨 이회장은 『모든 명예를 걸겠다. 현철씨와 일면식도 없다. 박경식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해 놓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푸른회 회원 역시 김현철과 연결된 모임이라는 소문을 『터무니없는 말』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처럼 김현철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일부 모임은 최대한 접근을 시도했으며, 실제 회원중 상당수는 개인적으로 김현철씨와 수차례 점심 저녁모임을 갖고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모 모임의 회원인 L씨의 증언. 『회원중 일부가 개인적으로 김현철과 가까이 지냈습니다. 사실 당시 김현철과 가까이 지내서 나쁠 것은 없었지요. 현철씨와 아는 친구들을 통해 연결되기를 희망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습니다』 모임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지는 않았으나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일부 재계 2세들은 특히 김현철씨와 안다는 사실을 크게 떠벌리고 다녀 김현철과 재계 2세들과의 관계설을 강하게 뒷받침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정보근(鄭譜根) 한보그룹회장. 정회장은 김현철씨와 술자리 모임을 수차례 갖기도 했다.
정회장의 청문회 진술. 『여러 차례 김현철씨와 자리를 같이했습니다. 그러나 현철씨는 만날 때마다 기분 나쁘게 대했어요』 적극 접근하려고 했으나 김현철씨가 적당한 거리를 두려고 했다는 뜻이다. 정회장을 잘아는 재계 관계자 Y씨. 『정회장은 그러나 김현철씨와 술자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자랑삼아 떠들고 다녔습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김현철씨가 뒤에서 봐주고 있다는 정도로까지 들릴만 했지요』 한보내에서 김현철씨를 「팔고 다니는 사람」은 정회장에 그치지 않았다. 한보 고위간부들까지 『현철씨와 한보가 가깝다』면서 금융기관을 비롯한 각계의 지원을 끌어내는데 이용했다.
실제 한보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것은 김현철씨는 물론 박태중씨의 깊은 개입이다. 박씨는 정회장과 고등학교 동문으로 한보의 각종 이권에 실제 개입하기도 했다. 『김현철을 잘안다』는 재계 2세들과 김현철씨를 등에 업은 측근들 사이에서 각종 이권사업의 비리가 독버섯처럼 번져간 것이다.<이종재 기자>이종재>
◎小山이 관계한 기업인모임/경영硏·푸른회·크림슨포럼/재계2세·고대출신 주축/“자금줄” 해석은 과장된듯
김현철씨가 관계한 기업인들의 모임은 경영연구회 푸른회 크림슨포럼 등이다. 재계 2세와 고려대 출신 경영인들을 주축으로 한 이들 모임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할 때 김현철씨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적인 자금 파이프라인이라는 등의 해석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모임자체보다는 회원중 일부가 개인적으로 친했고, 이들중 일부가 친분 사실을 크게 떠벌리고 다니면서 비롯된 것이다.
경영연구회 88년 30, 40대 해외유학파를 주축으로 결성됐다. 매월 한차례씩 모임을 갖고 경제 경영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현재 100여명의 회원이 활동중이며, 송하경(宋河鯨) 모나미사장 양회문(梁會文) 대신그룹부회장 김중민(金重民) 국민생명부사장 이의종(李義鍾) 쌍방울대표 김환중(金桓中) 과천산업개발사장 주진규(朱鎭奎) 사조상호신용금고회장 김석동(金錫東) 쌍용증권사장 김재헌(金載憲) 전 삼도물산부회장 구자홍(具滋洪) LG전자사장 김일섭(金日燮) 삼일회계법인대표 문대원(文大源) 코리아제록스부회장 등이 주요 멤버로 활동했다.
푸른회 젊은 재계 2세들의 공부하는 모임이다. 93년 11월 발족했으며 당시에는 30대가 주축이었다. 이종철(李宗哲) 풍농사장 김석동 쌍용증권사장 전인장(全寅壯) 삼양식품사장 정몽익(鄭夢翼) 금강상무 등 50여명이 회원이며, 70년대말 서울고 중앙고 동창생들의 모임에서 출발했다. 로터리클럽과 비슷하다는 것이 회원들의 설명.
크림슨포럼 40대 고대출신 경영인들이 주축이다. 조남호(趙南鎬) 한진건설사장 유시호(柳時鎬) 화천공영사장 서영배(徐榮培) 태평양종합산업회장 이만득(李萬得) 삼천리회장 김윤(金鈗) 삼양사사장 신동원(申東原) 농심부사장 등이 주요 회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