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침수사고로 운행이 중단된 지하철 7호선 운행재개를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 교통지옥에 시달리는 시민들이야 개통이 빠를수록 좋지만 아직 물도 다 빼지 못한 채 운행부터 서두르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서울시는 지하철 역사에 침전된 토사와 진흙의 양이 예상보다 적고, 전동차 전력공급실이 물에 잠기지 않아 재개통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8일중 배수작업과 토사제거 청소를 마치고, 9일 신호 통신 궤도기기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10일 5회이상의 시험운행을 끝내고, 11일부터 임시운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완전복구가 끝날 때까지는 10분간격으로 수동운행을 할 것이라 한다.
그러나 8일의 특별점검 결과 이런 타임테이블이 무리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외부 전문가들과 서울시 및 시공업체 기술자들로 구성된 특별 안전점검반이 침수된 11개역사를 둘러본 결과 몇몇 역의 계전기와 차단기류, 컴퓨터통신 장치, 정류기같은 신호시설은 전량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태릉입구 역은 전기기기 전원접지 정보케이블 등이 모두 불량판정을 받았다. 장기간 침수로 인한 갖가지 시설훼손도가 예상보다 커 완전복구에는 1개월 이상이 걸리겠으며, 600억∼700억원으로 추산되던 피해액도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시민들은 서울시의 조급함이 새로운 사고의 불씨가 되지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일주일 이상 물에 잠겼던 첨단 전자장비들이 과연 제기능을 회복할지, 새로 갈아끼운 부품이나 회선이 제대로 작동될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신호통신 체제가 불안한 가운데 강행되는 수동운행의 안전사고 위험성을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사고의 위험도가 있다면 차라리 불편을 더 참고 견디는 것이 낫지, 모험할 이유가 없다. 임시운행을 서두르기보다 오래 물에 잠겼던 구조물과 선로에 이상은 없는지 차근차근 짚어가며 운행재개를 준비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이 기회에 그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어떻게 하여 일어났는지 책임소재를 철저히 따져 엄정히 문책하기를 촉구한다. 서울시와 시공회사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지만 양쪽 모두 책임이 있다는 것이 시민들의 생각이다. 700억원이 넘는 직접손실도 크지만 그동안 시민들이 입은 직·간접 피해와 정신적 피해가 얼마나 큰지를 감안한다면 절대 어물어물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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