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s)라는 악인이 등장한다. 그는 쇠침대 하나를 갖고 있었다. 사람을 잡아오면 그 침대에 뉘어봐 키가 길면 그만큼 잘라버리고 짧으면 억지로 잡아 늘렸다고 한다. 흔히 인위적으로 일을 추진하거나 과거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프로크루스테스같다고 한다.삼성 현대 LG 대우 SK 등 주요재벌그룹들이 6일부터 주말까지 경쟁적으로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가질 10일 이전에 가시적인 구조조정 성과를 보여달라는 정부당국자들의 「당부」 때문이다. 재계의 구조조정은 ▲계열사 통폐합 ▲외자유치 ▲부채비율축소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같은 발표내용이 제대로 지켜지면 재벌의 문어발경영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계의 구조조정과정에서 프로크루스테스같은 관료들의 인위적인 개입이 감지되고 있어 자율성과 실효성을 의심케하고 있다. 정부당국은 특히 10대그룹의 구조조정발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발표날짜까지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숱하게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해야 하는 「관행」에 익숙해져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채근하면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게 한국재계의 현실 아니냐』며 『3공이래 정권교체기마다 재계는 주력업종육성계획 등을 단골메뉴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모그룹 관계자는『최근 구조조정발표는 대통령의 스케줄과 노조 및 여론을 의식한 정치논리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며 『외국기업과 진행중인 설익은 협상까지 서둘러 발표하라는 것은 협상력을 약화시켜 자산을 헐 값에 넘기라고 보채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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