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시위서 약탈·방화 등 폭동화/수도까지 확산… 회교세력도 등돌려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주도 메단에서의 반정부 시위가 급기야 유혈사태로 번졌다. 연 3일째 계속된 시위에서 진압 군경이 발포, 시위에 참가한 10대 소년 1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통신은 목격자의 말을 인용, 총을 쏜 사람은 사복차림의 보안군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AP등 다른 서방 통신은 군이 발포, 수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나 사망자가 있는 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발포를 자제하던 군의 발포로 인도네시아 사태는 이제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빠져 들었다. 군은 지금까지 고무탄과 최루탄만을 사용했으며 시위가 격화하면 공포탄으로 경고사격을 하는 정도였다. 군은 이날의 발포 여부에 대해 확인하고 않았다.
3월10일 수하르토대통령의 7선 연임을 계기로 촉발된 대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는 연행자에 대한 보안군의 잔인한 고문과 시위 중 실종자의 속출, 시위대에 대한 성희롱, 유류·버스값의 인상으로 노동자 시민 고교생이 가세하는 대규모 민중소요로 발전하고 있다.
시위도 교내 학생들의 평화행진에서 경찰서 방화, 상점 약탈 등 폭동의 성격으로 변하고 있다. 메단과 반둥, 발리 등에서 시작된 시위는 처음에는 일정 지역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심장부인 자카르타에서도 국립인도네시아대학생과 시민 수천명이 참여해 시위를 벌이는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군의 강경진압에도 사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격화하는 민주화 시위는 이제 수하르토의 정권유지의 핵심축인 회교세력마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회교계 지도자인 아미엔 라이스는 이날 『변화를 위한 평화로운 국민봉기를 이끌 준비가 돼있다』며 범회교적 수하르토 퇴진운동을 천명했다.
미국 유럽 등도 인도네시아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수하르토에 대한 비난을 집중적으로 퍼붓고 있다. 미국은 국무성과 백악관이 거의 매일 인도네시아 군경의 강경진압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앞으로 수하르토의 운명과 인도네시아의 장래는 정권의 마지막 버팀목인 군부의 동향과 경제위기의 심화 여부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족벌 독점체제로 운영되는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회생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모라토리엄(국가부도사태)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금까지 수하르토에 맹목적인 충성을 하고 있는 군부도 살인적인 인플레와 대량실업으로 인한 국민들의 생존위협, 대학생들의 수하르토 하야 요구를 더이상 외면만 하고는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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