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하청(百年河淸)이란 말이 있다. 중국 북부지방을 서에서 동으로 관류하는 황하가 건조한 황토고원지대를 지나면서 탁류가 되어 맑은 물이 흐를 날이 없어 생긴 말이다.2,0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부가 4월29일 거창한 수질개선대책을 내놓았다. 2005년까지 1조405억원을 들여 3급수로 전락한 수질을 1급수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계획의 세부사항을 보면 그리 믿음이 가지 않는다. 문민정부때도 같은 계획을 세워 4,441억원을 쏟아부었으나 수질은 더 나빠졌다.
지금 팔당호 수질은 사상 최악이다. 장맛비같은 봄비가 그렇게 자주 왔는데도 갈수기의 측정치보다 높은 오염도가 나왔다. 수질개선을 한다고 그 많은 돈을 썼는데 좋아지기는 커녕 최악이라니 이런 행정이 어디 있나.
수질이 나빠진 것은 상수원 보호구역에 난립한 음식점 숙박시설 산업시설 때문이다. 정부는 90년 팔당호 일대를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해 이런 시설물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규제하다가 94년 국토이용관리법을 고쳐 준농림지역 개발을 허용했다. 그 결과 팔당호 호반에는 국적불명의 음식점과 러브호텔들이 빼곡이 들어찼고, 고층 아파트단지까지 다투어 들어섰다.
특별대책지역 안의 음식점과 러브호텔이 90년 2,585개에서 97년말 8,956개로, 산업시설은 143개에서 510개로, 거주인구는 40만여명에서 51만여명으로 늘었다. 이런 시설들이 쏟아내는 오·폐수가 얼마나 늘었는지는 통계수치를 보지않아도 짐작이 간다.
사람은 오염물을 배출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그러므로 물을 맑게 하려면 되도록 사람이 적게 살게 하는 것이 첩경이다. 오·폐수 정화시설을 갖추면 괜찮다는 반론은 세수증대나 산업시설 확충을 노리는 지방자치단체와 관련부처의 아전인수식 논리다. 백년한청(百年漢淸)이란 말이 생겨나지 않게 하려면 꾸준히 오염원을 줄여나가지 않고는 백약이 무효다.<문창재 논설위원>문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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