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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함과 연대감/박주현 변호사(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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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함과 연대감/박주현 변호사(1000자 춘추)

입력
1998.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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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씨는 프랑스인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으로 그들의 똘레랑스, 즉 관대함을 들었다. 지난해이던가, 프랑스에서 총파업이 있었을 때 그 수많은 사람들이 외쳤던 구호가 『연대!』였음이 인상적이었다. 관대와 연대, 이 두 가지는 한 사람의 인격이, 또는 한 사회의 시민의식이 얼마나 성숙한 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관대나 연대는 모두 손을 내미는 것이다. 부드러운 손길이 관대함이며, 굳게 잡은 손길이 연대감이다. 그러나 경쟁만이 살 길이 되는 각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손을 내어 밀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게 된다. 그 노력이란 일부러 게으름을 피워 옆과 뒤도 돌아보고, 일부러 한 발 뒤떨어져 골똘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굳이 이해관계로 따져보더라도 그러한 노력들은 필요하다. 21세기 자본주의에서는 유연하고 창조적인 사고와 다양하고 다원화된 가치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주류에 저항하는 게으른, 혹은 성실한 이방인들이 훨씬 많아져야 한다. 그 이방인들이 창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이데올로기라는 잣대를 수시로 들이대어 편협하게 재단하고 잘라버리려는 그 어떤 무리도 도태되어야 한다. 물론 이방인들도 연대를 위해서 지나친 의욕을 절제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관대함과 연대감이 너무 부족하다. 그 단적인 증거는 세금이나 사회정책 전반에 대해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소득재분배라는 잣대로 지속적인 간섭을 하는 단체가 없다는 것이다.지금까지 특혜층이냐, 중산층이냐 하는 실랑이가 있었을 뿐이다.

이제 IMF시대를 맞이하여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안 먹고 안 쓰고 돈을 모아 은행융자를 더하여 내 집을 장만한 중산층들이, 부동산 값은 폭락하는데 금리가 높아지고 소득이 줄어 눈깜짝할 사이 안정기반을 잃어버렸다. 그러니 세상이 험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가진 사람들이 관대해지고 어려운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어려움 속에서 그나마 성숙한 사회로 가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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