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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민주주의의 의미/정종섭 건국대 교수·변호사(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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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민주주의의 의미/정종섭 건국대 교수·변호사(한국논단)

입력
1998.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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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출범때부터 지금까지「민주주의와 경제의 병행 발전」이 국가 정책의 기본 방향임을 재삼재사 확인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위기 앞에서 민주주의까지 돌아볼 여유가 있느냐 하는 시각도 있으나, 민주국가의 실현이라는 우리의 과제에서 볼 때 정부의 방침이 옳다. 의사결정과 정책과정의 비민주성으로 인하여 이런 지경에 이른 경제를 회생시키는데도 민주주의는 필수적이다.최근 「민주주의와 경제의 병행 발전」의 의미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이 말을 정치적 민주주의 실현과 시장경제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와 달리 「민주적 시장경제」라는 개념까지 만들면서 이 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시각도 있다. 이럴 경우 과연 「민주적 시장경제」라는 말의 의미와 그때의 「민주적」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는 문제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민주적 시장경제」라는 용어를 보면 전후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모델이 떠오른다. 독일에서도 이 「사회적」이라는 말을 두고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기본으로 하되 사회보장의 확충과 고용안정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시각과 부의 균등분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사회적」이라는 말을 「사회주의적」이라고까지 이해하려는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현 정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기획을 참여 민주주의로 잡았다. 이는 시대적인 흐름과도 부합하고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한 단계 올려놓으려는 기획으로도 합당하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이 천명된 후 참여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에서도 여러 시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참여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채택해 온 대의제(代議制)민주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대의제에서 국민은 국민의 대표자만 선출하고 국가의사와 정책의 결정은 대표자에게 전적으로 맡겨 놓는다. 이런 대표자는 선거구민의 대표나 정당의 대표도 아니고 특정 계층이나 계급의 대표도 아닌, 전체 국민의 대표다. 대의제는 다양한 부분 이익들이 대립하는 현실에서 대표자로 하여금 국민 전체의 이익과 공공복리를 실현할 수 있게 권한을 행사하게 하여 국가의 공공성과 계급적 중립성을 실현하려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의제 민주주의를 경험한 결과 일찍이 루소가 말했듯이 국민은 투표할 때만 주인이고 투표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되돌아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결국 공동체의 주인인 국민이 국가의사 결정에 적극 관여하는 길을 찾기에 이르렀다. 참여 민주주의는 이런 대안으로 생겨났다. 이것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바탕위에 주권자인 국민의 참여를 통하여 대표자의 정책 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하려고 한다. 여기서 참여는 선거 이외에도 입법, 행정, 사법 등 모든 국가작용에 대한 일상적인 참여를 의미한다. 국가정보의 공개, 시민단체의 활성화, 다양한 참여채널의 제도화 등은 참여 민주주의의 실현조건이다. 이렇듯 참여 민주주주의는 본래 국가의사 결정의 원리로 작용하는 것이다.

근래 민주주의라는 말앞에 「경제」「경영」「산업」「노동」등의 말을 결합하여 민주주의의 외연을 확대하려는 쪽에서는 참여 민주주의도 이런 것에 적용하려고 한다. 이 경우 참여 민주주의는 노동자의 경영참여, 공동결정, 자주관리 등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성격을 바꾸는 문제이므로 사려깊은 논의와 숙고가 요구된다. 정부는 노동자의 경영참여는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거리에 쇠파이프와 최루탄이 새로 등장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 모두 참여 민주주의의 의미를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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