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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야,고맙다”/시스템업체·보험사·로펌 등 밀레니엄 特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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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야,고맙다”/시스템업체·보험사·로펌 등 밀레니엄 特需

입력
1998.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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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문제’ 해결 전세계 1조3,000억弗 예상『버그야, 고맙다』

재앙이 「돈줄」도 몰고 왔다. 인류가 빚어낸 최악의 비극이 될 지 모르는 밀레니엄 버그가 어떤 이들에게는 두번 다시 맞기 힘든 「노다지」의 기회가 되고 있다. 밀레니엄 버그로 생기는 미증유의 특수 때문이다.

밀레니엄 버그가 야기한 비용부담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미국의 컴퓨터 컨설팅 업체인 SPR사는 법적소송 비용을 제외해도 2000년 문제로 인한 지출이 전세계적으로 1조3,000억 달러에 달하리라고 예상했다. SPR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만 89억7,700만달러(약 10조원)를 부담해야 한다. 순전히 시스템상의 잘못으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추가비용이 생긴다는 비극적인 예측결과지만, 뒤집어보면 막대한 규모의 시장도 함께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밀레니엄 버그 특수가 가장 먼저 감지된 곳은 전산망의 오류를 수정하는 데 직접 관여하는 시스템통합(SI)업체들. 시스템업체 관련자들은 『올해 들어 손이 눈에 띄게 바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 문의도 밀려들고 있고, 실제로 전산망 수정 프로젝트 계약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 삼성SDS, 송우정보, 갑우시스템 등 수십개 업체들이 밀레니엄 버그 시장을 목표로 땀흘리고 있다.

버그가 발견되기 전에 사용되던 코볼 포트란 등 구식 컴퓨터언어에 익숙한 프로그래머들도 버그에 감사해야 할 처지다. 전산망 오류 수정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버그를 만들어낸 당사자인 구식 프로그래밍 언어 전문가들이 필요하기 때문. 불황에도 불구하고 「퇴물」 프로그래머들은 국내외에서 밀려드는 때아닌 구인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헤드헌터업체에도 이들 프로그래머를 구하는 업체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컴퓨터와 관련은 없지만 보험사 로펌 등도 밀레니엄 특수를 노리고 있다.

우선 밀레니엄버그로 인해 생겨날 미증유의 「소송사태」는 변호사들에게는 희소식이다. 2000년문제로 인한 피해 때문에 손해배상소송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리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사용만료기간이 1999년 이후인 신용카드를 조회하던 중 오류가 발생해 손해를 본 야채상이 컴퓨터 프로그램회사를 상대로 200만달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등 밀레니엄 버그 소송이 이미 시작됐다. 컴퓨터 컨설팅 업체인 기가 인포메이션사는 『전세계적으로 2000년문제와 관련한 소송 액수가 1조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미국 영국 등의 보험업체들은 밀레니엄 버그를 연관시킨 보험상품을 내놓아 짭짤한 수신고를 올리고 있다. 전산망 정지로 피해를 볼 경우에 대비하는 단기보험에 기업들의 가입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손해보험업체들도 밀레니엄 버그 관련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밀레니엄버그로 인한 금융계의 대혼란을 이용해 떼돈을 벌 꿈에 부풀어 있다. 2000년까지 오류를 미처 수정하지 못한 금융기관의 전산망이 혼란을 일으켜 상당한 자금이 순식간에 「증발」하리라는 예측에 따른 것. 이 경우 전세계 자금시장에 혼란이 와 금리도 껑충 뛰어오를 것이고, 이 금리차를 이용하면 순식간에 막대한 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 런던 등의 선물시장에서 2000년 1월1일을 전후로 한 파생금융상품들이 날개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이런 금융거래를 가리키는, 「버터플라이」라는 별칭까지 생겼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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