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유전자가 살아남는다獸姦·매음·동성애·섹스산업… “현대인의 성문화와 차이가 없다”/피임의 역사중세까지 피임변천과정 통해 성의 사회문화사 재구성장 자크 아노 감독의 81년영화 「불을 찾아서」는 8만년전 선사시대 원시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 충격을 주었다. 주인공남녀는 마지막에 서로 마주보며 사랑을 나누지만 그 이전까지는 동물의 행위와 별 다를 것이 없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선사시대 인류의 성은 그런 추측 정도일 뿐이다. 그러나 「야한 유전자가 살아남는다인류의 성문화, 그 400만년」(원제 「선사시대의 성」)은 우리의 상식을 가장한 무지를 철저히 깨부순다.
영국 브래드포드대 고고학과 티머시 테일러 교수는 현장을 뛰며 건져낸 성에 관한 고고학적 발굴성과를 이 책(원작 96년)에 고스란히 담았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북부 발카모니카에서 발견된 동굴벽화에는 남성이 거대한 성기로 당나귀나 말코손바닥사슴과 관계를 갖는 장면이 있다. 수간(獸姦)이 행해진 증거다. 이라크 북동부에 살던 네안데르탈인은 매우 활발한 성생활을 즐겼고 식물로 최음제를 만들어 썼다. 슬로베니아에서 발굴된 청동허리띠 장식판에는 이긴 사람에게 주는 술잔을 쳐다보면서 여성과 관계하는 남자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대 로마에는 동전처럼 된 「매음굴표」가 있었다. 앞면에는 행위스타일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값을 표시하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유럽 전역에서 이 표가 발견됐다는 사실은 표의 디자인과 제조, 매음굴의 유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관리하는 섹스산업이 존재했음을 말해준다.
테일러 교수의 결론은 이렇다. 『사람들은 인류가 동굴에서 살던 시대는 현대문명같은 혼란과 퇴폐가 없는 순수한 「자연상태」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사시대 후기 고고학적 유물과 기록으로 볼 때 5,000년전 무렵 유라시아에서는 동성애, 성도착, 수간, 복장도착(이성의 옷을 입고 이성의 역할을 하는 것), 자위행위, 가학·피학성 변태성욕, 피임술, 곡예나 경기 또는 정신수양으로서의 섹스등 다양한 성행태가 발견된다』. 성문화에 있어서 현대인은 원시인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동굴벽화등 63컷의 흑백사진과 그림도 재미있다. 웅진출판. 8,500원.
한편 캐나다 빅토리아대 사학과 앵거스 맥래런 교수의 「피임의 역사」는 「야한…」과는 달리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로마, 중세까지 피임의 변천과정을 통해 성의 사회문화사를 재구성한다. 각종 문헌을 통한 역사학적 접근으로 『남성들이 생식조절(피임) 문제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억압과 희생을 강요해왔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책세상. 1만8,0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