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이…내 머릴 보고…노란 원숭이랬어. 그리곤…그냥 나가 버렸어. 날…성피에타에다 혼자…남겨두고』(73쪽).가슴 설레는 첫 데이트에 멋지게 보이려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나온 주디에게 로빈은 『내가 원하는 건 너의 있는 모습 그대로야!』라며 딱지를 놓는다. 주디는 젖먹이때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소녀. 별 어려움 없이 자라면서 사이먼드초등학교 여학생들의 우상인 로빈과 만나게 되지만 검은 머리 낮은 코가 영 자신이 없다. 아동문학가 손연자씨의 「까망머리 주디」(삽사리문고 20·8,000원)는 이런 주디가 로빈을 통해, 미국사회를 통해 나는 누구고 누구여야 하는가를 깨달으면서 밝고 맑게 자라는 모습을 그려낸다.
지식산업사가 발행하는 삽사리문고는 이처럼 마법의 지팡이로 한꺼번에 모든 것이 풀리는 「동화의 나라」가 아니라 되는 것은 되고 안되는 것은 아무리 해도 안되는 현실을 그대로 끌어안는다.
17권 「머피와 두칠이」(김우경 지음)는 이기적이면서 때로는 더할 수 없이 잔인한 인간의 모습을 주인공인 개의 발언을 통해 보여준다. 박경선씨의 「너는 왜 큰소리로 말하지 않니」(7권)는 주변의 사건을 소재로 슬픔을 이겨내고 기쁨을 찾는 단편 18편을 한 데 엮었다. 김녹촌씨의 「나도 민들레처럼」(19권)과 「엄마가 된 방울이」(18권)는 어린이들이 쓴 글을 조금 다듬어 묶은 것. 나도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준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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