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는 어차피 「공짜 점심」이란게 없다. 마찬가지로 환란(換亂)의 진원인 금융과 기업의 구조개혁이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지 않은채 우리경제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활력을 재건할 묘책은 없다.새 정부 출범도 이미 두달이 훨씬 지났다. 요란했던 소리로만 치면 구조개혁은 꽤 성과가 나타났어야 하는데 막상 가시화한 것이 없다. 일부 종금사의 폐쇄나 재벌그룹 비서실의 겉 모양새 바뀌는 정도가 고작이다.
정부는 자기개혁의 결연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채 남보고만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은행과 기업은 서로 매 늦게 맞겠다는 다툼으로 소일하고, 정책은 부처마다 엇갈리는 목소리로 혼선만 증폭시키고, 정치권은 민생과 경제는 뒷전인채 지자체선거전에만 관심을 쏟았다. 모두가 입으로는 개혁을 외치면서 나만은 비켜갈 수 없나하고 요행을 바란다.
중환자가 수술을 늦춰봐야 환부만 깊어지고 치유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개혁도 ‘짧고 강하게’끝내야 따르는 고통도 짧고 효과도 빠르다.
미적거리는 사이에 개혁의지에 대한 외국인의 불신만 짙어지고 대외신뢰 회복은 오히려 뒷걸음질이다. 나만 희생할 수 없다는 민노총이 정리해고 재협상을 요구하고 격렬시위에 나서는 등 어렵게 얻은 노사정 대타협도 원점으로 복귀했다. 은행은 정리돼야 할 불량기업은 지원하고 중소기업이나 우량기업의 대출은 회수, 산업의 구조조정을 거꾸로 돌리면서 나만 살자고 한다. 환율과 주가가 흔들리고 경제에 위기감이 다시 싹트고 있다.
오는 10일 대통령과의 국민대토론을 앞두고 정부가 또 개혁을 다그치고 재계 금융계는 구조조정 수위조절 눈치보느라 부산하다. 병을 고치려면 정확한 진단으로 스스로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야지 옆사람 눈치봐서 될일인가. 우리 모두가 아직도 공짜病에서 조차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김서웅 논설위원실장>김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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