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남녀와 집없는 사람들의 안식처인 도쿄(東京) 요요기(代代木) 공원이 1일 「고용안정」과 「노동법 개악 반대」 외침으로 흔들렸다.일본 최대의 전국 노조조직인 렌고(連合)의 중앙대회에 참석한 10만여 노동자들이 50년만의 노동기본법 개정 논의와 최악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고용정세를 두고 내지른 함성이었다. 집회가 끝난 후 이들은 다섯 갈래로 나뉘어 가두시위에 나섰고 주변 수㎞의 주요 도로가 온통 플래카드와 깃발, 피켓의 물결로 뒤덮였다.
도쿄 고토(江東)구 가메이도(龜戶) 중앙공원에서 열린 젠로렌(全勞連) 집회와 히비야(日比谷)공원에서 열린 젠로쿄(全勞協) 집회에도 각각 7만, 2만명이 참가해 가두시위를 벌였다.
가두시위라고 해 봤자 줄지어 행진하며 외치는 것이 고작이지만 90년대 들어 정착된 「노동절 마쓰리(축제)」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노사간의 단체 교섭이 외교·통상 교섭처럼, 노동운동이 자원봉사활동처럼 바뀌면서 일본의 노동절 행사는 가족과 더불어 즐기는 축제로 바뀌어 왔다. 렌고는 92년부터 삼바무용단을 가두행진에 앞세웠고 95년부터 아예 가두행진을 록그룹 공연과 가요쇼로 바꾸어 버렸다.
그러나 노동자의 삶을 조여오는 사회·경제 상황이 7년만에 노동절 행사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3월말 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3.9%로 치솟고 실업자가 280만명에 육박했다. 시간외 근무 상한을 노동장관의 재량 하에 두고 한국의 변형근로제와 비슷한 재량노동제를 도입하는 등의 노동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어 살아 남은 사람들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다음날 일본 신문에는 서울 거리에 다시 등장한 노동절 가두시위 충돌 사진이 일제히 실렸다. 우리 경제위기가 일본 경제불황과 차원이 다르지만 노동자들의 절박감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똑같은 가 보다. 20·30대 실업이 본격화하고 날씨마저 쌀쌀해지는 가을 이후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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