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작 ‘세브르의 길’ 캔버스 통째로 오려가/첨단 완벽보안 무색 범인은 ‘오리무중’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의 완벽 보안도 전문 명화털이범의 칼날 앞에선 무용지물?
루브르박물관에서 3일 유명 화가의 유화작품이 도난당했다. 1793년 개관 이후 수차례 도난사건을 경험한 루브르박물관측은 90년대 들어 최첨단 도난방지장치를 가동하면서 더 이상의 도난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했지만 결국 또 당하고 말았다. 파리의 예술인들은 박물관측의 허술한 보안대책을 성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낮에 수많은 관람객이 몰려있는 때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범인은 점심때가 끝날 무렵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풍경화가 가운데 한 사람인 카미유 코로의 유화작품 「세브르의 길」을 도난방지용 강화유리판과 액자만 남겨놓은 채 34×49㎝ 크기의 캔버스만 통째로 오려 연기처럼 사라졌다. 도난작품의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통상 코로의 작품이 경매에 나오면 130만달러를 호가한다.
박물관측은 그림이 없어진 사실을 발견한 즉시 경찰에 통보했다. 오후 3시께 경찰이 도착하면서 박물관 출입문을 차단하고 현장 감식과 박물관 내에 남아있던 관람객들의 몸수색을 실시했다. 당시 박물관은 휴일 무료관람(매달 첫째 일요일)을 즐기기 위해 3만명의 관람객들로 붐볐다. 박물관은 4일에도 임시휴관키로 했다.
루브르는 95년 도난을 막기 위해 이중삼중의 도난방지장치를 가동하고 1,000여명의 경비원이 교대로 박물관내를 순찰하도록 하는 등 보안조치를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범인이 어떻게 코로의 작품을 훔쳐갔고 목격자가 왜 한 명도 없는 지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못했다.
현지 언론은 코로의 작품을 훔쳐간 범인은 혼자서 감상을 즐기기 위한 수집광이거나 국내외 밀매 루트를 가진 전문조직으로 추정했다. 프랑스 관련 당국은 도난품이 공식경로를 통해 판매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은밀하게 거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장현규 기자>장현규>
◎모나리자… 절규… 인상해돋이…/걸작들 줄줄이 도난 수난
도난당한 작품 「세브르의 길」은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1796∼1875)의 작품 중 유명한 유화. 코로는 19세기 프랑스 풍경화의 대가로 인상주의에 영향을 주었다. 밀레와 절친했으며 「회상」 등 3,000여점을 남겼다.
루브르 소장품 중 한 때 도난당했던 가장 유명한 작품은 1911년 도난당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한 이탈리아 화가가 모국으로 가져가기 위해 훔쳤다 2년만에 회수됐다. 루브르는 94년에도 17세기 초상화 한 점을, 95년에는 화가 튀르펭 크리셰의 작품 한 점을 도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명화들의 수난은 루브르 뿐만이 아니다. 최대규모는 85년 파리 마르모탕박물관 사건. 일요일 아침에 박물관 문이 열리자 권총으로 무장한 괴한들이 들이닥쳐 인상주의 창시자 모네의 작품 「인상해돋이」 등 10여점을 털어 달아났다.
94년 노르웨이에선 동계올림픽의 화려한 팡파르를 몇시간 앞두고 이 나라의 국보급 보물인 현대미술가 에드바르드 뭉크의 작품 「절규 (사진 위)」가 도난당해 올림픽경기보다 세계인의 관심을 더 집중시킨 적이 있다. 오슬로의 내셔널갤러리 1층에 보관하던 작품을 단 50초만에 슬쩍한 범인들을 잡기 위해 노르웨이경찰은 미술품절도사건 전문수사대가 있는 런던경시청에까지 의뢰, 결국 검거에 성공했다. 하지만 세달동안 노르웨이국민들과 전세계 미술애호가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현대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도 절도범들이 좋아하는 메뉴 중의 하나. 94년 스위스 취리히의 막스 볼라크 갤러리 지하실에 보관중이던 피카소의 작품 7점이 도난당했다. 이들 작품들의 가격은 당시 4,200만달러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중 「의자에 앉은 여인」 「몽마르트의 예수」등 두 작품은 91년에도 같은 미술관에서 도난당했다 이듬해 회수된 것들이어서 불운이 겹친 셈이었다.
도난당한 미술품들의 가격은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94년 도난당한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초상화는 평가액은 5,000만달러에 달했지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초상화이기 때문에 돈으로 어림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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