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타계한 임석재씨는 민속·설화·무속(巫俗) 연구에 평생을 바친 한국민속학의 태두였다. 현장 중심의 민속연구를 수행해온 그는 팔순이 넘어서도 녹음기를 들고 전국 각지를 돌며 설화와 민요를 채록했다.1903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배재고보를 졸업한 임씨는 경성제대 법문학부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던 1927년부터 민속학 연구에 눈을 떴다. 『생생한 생활모습과 문화가 담긴 전래설화야말로 인간심리 연구의 보고』라는 생각에서였다. 1930년대에는 평북 선천 신성중 교사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숙제로 내주어 북한지역의 설화를 모았다. 계훈제(桂勳梯)씨 등이 이때의 제자다.
최남선(崔南善) 손진태(孫晋泰) 송석하(宋錫河)등과 조선민속학회를 만들었던 임씨는 해방후 46년부터 67년 정년퇴직하기까지 서울대사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문화인류학회·심리학회를 창설했다. 이렇게 60여년간 발굴하고 연구한 자료를 팔순이 넘은 87년부터서야 「한국구전설화」(전 12권·93년 완간)로 펴냈다. 현장에서 구술받은 사투리 토씨 하나라도 소홀히 기록해서는 안된다는 완벽주의 때문이었다. 2,700여 수가 수록된 「한국구전설화」는 해방전 북한지역의 구전설화까지 고스란히 채록된 이 분야의 귀중한 업적이다.
그의 한국문화 본질 규명노력은 60년대 이후 무속 연구로 이어졌다. 그는 서구식 다신론과 구별되는 한국적 「병립신관(竝立神觀)」론을 주창했다. 채록민요를 CD에 담은「한국구연민요」(95년), 직접 창작한 동요 300여편을 모은 「임석재 민속동요」(전 4권·96년)까지 그는 100세가 가까운 나이가 되도록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우리 민속문화의 마지막 기록자이자 산 증인이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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