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본부.미국의 CNN을 비롯한 세계의 언론들이 며칠전부터 이곳에 몰려 진을 치고 있다. 2일 열리는 EU정상회담과 앞뒷날의 관련회의가 20세기의 마지막 「역사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1일 저녁에는 15개 회원국의 경제·재무장관들이 역시 세계사에 기록될 회의를 열어 정상회담 전야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99년 1월1일부터 깃발을 올리는 유러(EURO)동맹의 창설가입국을 최종적으로 확정 발표함으로써 전세계에 또다시 유럽의 「진군」을 선포하려는 것이 이번 EU 특별정상회담이다.
마르크 프랑 리라 길더 실링…길게는 수백살 먹은 유럽 11개국의 화폐들이 2002년이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대신 유러라는 단하나의 통화만 유통된다. 1단계로 내년부터 은행계정 등 장부상 통화로 유러가 사용된다. 국경이 엄연히 존재하는 이질적인 나라, 언어도 다른 11개국 국민이 똑같이 하나의 돈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인류역사상 전인미답의 거대한 실험이 「노대륙」 유럽에서 막 진행되려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역사상에 인접한 소수의 나라끼리 국지적으로, 또는 아직 경제가 분화되지 않은 고대에 무력통일에 의해 공동통화권이 형성된 적은 있었으나 이번처럼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통화동맹의 출현은 전례가 없다.
유러동맹은 지구촌에 또하나의 미합중국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11개국을 합친 인구수, 생산력, 교역량 등 외형적 규모는 미국을 넘보는 수준이다. 여기에 화폐통합으로 경쟁력이 증가하면 세계최강의 경제파워로 부상하면서 세계경제의 활성화에 순기능을 하는 인류의 축복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내부갈등 등에 의해 동맹에 금이가고 유러화가 폭락할 경우 그 파장 역시 거대해 세계의 재앙으로 번지는 반대의 시나리오도 무시할 수 없다. 어느쪽이든 유러동맹은 21세기 지구촌에 엄청난 폭풍을 몰고올 것이며 한국 역시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브뤼셀에서>브뤼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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