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액션+멜로+미스터리+잔혹극…로맨틱코미디? 액션? 멜로? 미스터리? 잔혹극?…. 새 한국영화 「토요일 오후2시」(2일 개봉)는 장르를 구분할 수 없다. 서로 어울리기 힘든 모든 장르의 특징을 고루 지녔다. 그래서 혼란스럽지만, 그 혼란이 주는 아슬아슬한 맛이 있다.
주인공은 남자의 마음을 훔치고 싶은 미모의 소매치기 두연(이승연)과 돈많은 여자를 낚으려는 껄렁한 건달 윤태(김민종). 주인공 캐릭터에 걸맞게 영화는 코믹하게 시작한다.
『저 혹시 시드니컬리지 다니지 않았나요?』 호주유학생 출신이라며 여자에게 접근하는 윤태는 꽤 소득을 올리는 듯하다. 그러나 첫 여자는 조직폭력배 두목의 정부, 다음 여자는 남자를 침실까지 끌어들여 협박하는 공갈사기단이다. 그는 워낙 운이 나쁜지 직장인 백화점에서 해고까지 당한다.
아버지로부터 도둑질을 배운 두연은 실수가 없는 프리랜서. 미술경매장에서 만난 윤태에게 600만원짜리 그림을 선물하는등 기분을 내지만, 깡패 두목의 지갑을 훔치면서 고통스런 운명을 맞는다.
두 사람이 깡패와 경찰의 추적을 동시에 받으면서 영화는 액션물로 바뀐다. 주먹과 몽둥이가 난무하고 자동차 추적이 펼쳐진다. 여자의 배를 사정없이 걷어차고 짓밟는 장면, 야구방망이로 머리를 박살내는 모습등은 잔혹극에 가깝다. 두연의 정체를 알면서도 체포하지 않는 경찰 상구(장동직). 수염을 기르고 알 수 없는 독백을 지껄이는 그에게서는 미스터리영화의 냄새가 난다. 결국 모든 고통을 이기고 만나는 두 사람의 마지막 표정은 전형적인 멜로영화의 그것이다.
신예 민병진감독은 장르의 경계를 쉼없이 넘나들며 정신없이 진행되는 이 영화에 비교적 잘 정돈된 시나리오로 질서를 주었다. 흐트러지지 않은 줄거리를 타고 관객은 화면의 산만함이 주는 짜증을 피할 수 있다.
김민종과 이승연의 앙상블에는 약간의 틈이 보인다. 이승연은 너무 우아하고 김민종은 지나치게 속된 이미지를 풍긴다. 김민종이 거침없이 욕설을 내뱉을 때 두 사람의 이미지 간극은 더욱 벌어져 영화내용의 기본 바탕인 「사랑」의 사실성을 떨어뜨린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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