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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의 추운 이불(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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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의 추운 이불(1000자 춘추)

입력
1998.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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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5월이 돌아왔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다들 노래하듯 말하는 가정의 달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모든 대중매체가 「가정의 달」에 대해 노래부르고 또 부를 것이다.며칠 전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심각한 얼굴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빠는 지하철 역에서 자지 마』 얼굴을 보니 금방 눈물이라도 떨굴 듯 심각해 보인다. 무슨 말이냐고 묻지 않아도 대충 뜻을 짐작할 만했다.

요즘 직장을 잃고 가족들 얼굴 보기가 부끄러워 집을 나와 거리를 방황하다가 밤이 되면 지하철 역사에 들어가 신문지 한두 장을 깔고 잠을 잔다는 「홈리스(homeless·노숙자)」이야기를 아이가 어디서 듣고 온 모양이다. 아니, 홈리스 이야기를 들은 것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심각한 얼굴로 아빠에게 그런 말을 할 정도라면 그냥 홈리스 이야기를 들은 것이 아니라 홈리스가 된 누구의 아빠 이야기를 듣고 온 것이 분명했다.

『너희반에도 그런 아빠가 있니?』하고 아이에게 되물었다. 아이는 자기반은 아니지만 다른 반에 그런 아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아빠도 회사가 없잖아요』하고 말했다. 아이는 그것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매일 나갈 직장도 없이 집안에서 책을 읽거나 글만 쓰고 있는 아빠가.

바른 이해는 아니지만, 이제 아이들도 아빠에게 직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안다. 직장이 없으면 집안이 굶게 되고, 아빠가 집을 나가 지하철 역에서 잠을 자게 될 수도 있다는 걸 현실로 배우게 되고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홈리스들이 밤이면 지하철 역을 전전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 날은 그들이 이불처럼 덮고 자는 신문에 공직자 재산등록과 관련하여 그 목록보다 더 많은 물의와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이름도, 보건복지부의 어느 장관 재산목록이 실려 있기도 했을 것이다.

그것을 깔고 덮고 자던 날 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리고 이 칼럼이 나오는 날 이 신문을 덮고 자야 하는 그들은 심정은 또….<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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