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한나라당의 경기지사 후보경선에 참석중이던 K의원은 경선장으로 헐레벌떡 달려온 보좌관의 보고를 받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A시장이 금명 탈당한다는 소문이 지역구에 나돕니다』 곧바로 전화를 잡은 그는 『탈당이라뇨? 루머일 따름입니다』라는 A시장의 말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다음날 그는 또다른 보고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 자신과 형제처럼 지내던 B시의원이 탈당해 여당으로 간다는 내용이었다. 다시금 벼락같이 전화를 잡은 그는 『미안합니다. 그동안의 정을 생각하면 그럴수 없지만, 어떡합니까. 여당에서 도의원에 무투표당선 시켜주겠다고 하는데요』라는 말을 듣고 전화통을 내던졌다.
요즘 수도권, 특히 인천과 경기지역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말그대로 「잠못이루는 밤」을 지새운다. 자고나면 지구당 간부나 후원회원들이 집단으로 등을 돌리는가 하면, 지역구 관리의 핵심축인 시장·군수들도 하나 둘 떠난다. A시장처럼 탈당을 부인해도 그것은 단지 「현재」시점일 뿐이다.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을 거치면서 「햇볕」에만 익숙한 조직들이 정권교체로 돌연 「응달」로 내몰리자 자신들의 신세를 참지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150석을 넘는 거대야당의 위용만 즐길뿐, 이를 하나의 힘과 세력으로 모으지 못하는 당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다. 요즘 한나라당은 연일 철새, 배반, 심판 등등의 어휘가 가득한 논평과 성명을 쏟아낸다. 대통령도 고발하고 장외투쟁을 외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의 약발을 기대하는 의원들은 찾기 힘들다. 당이 이러니 의원이나 하부조직이 정붙이기도 어렵다.
과거 김씨 시대의 야당은 70석 안팎의 의석으로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냈다. 물론 지역이 바탕이 되긴했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었다. 이제 한나라당도 떠나고 빼앗는 사람만 원망할 게 아니라 정체성을 찾는 질적 「다이어트」를 감행할 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