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제자들과 목욕탕에 알몸대화로 사제지간 훈훈사제(師弟)지간 마음의 벽을 알몸대화로 허문다.
서울 구로구 항동 유한공고 2학년4반 담임 박영욱(朴泳旭·46)교사는 매주 화요일 수업이 끝나면 제자 4명과 학교 근처 공중목욕탕으로 향한다. 목욕탕에서 알몸이 된 사제는 머쓱해 하는 것도 잠시 「선생님」과 「학생」신분을 잊고 물장난을 치고 서로 등도 밀어준다.
대기업체의 잘나가던 중견사원이었던 박교사는 94년 「그간 사회에서 받은 도움을 돌려주고 싶어」 14년간의 샐러리맨 생활을 미련없이 청산하고 모교로 돌아왔다. 가난한 가정의 7남매중 넷째로 대학을 마치기까지 입학금 이외에는 학비를 낸 적이 없는 것이 「빚」이 돼 교사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이 학교 6회 졸업생인 박교사는 3년간 학용품까지 모두 학교에서 지급받았고 72년 수석졸업으로 항공대에 진학했다.
박교사는 늦깎이로 교단에 서 95년 담임을 처음 맡으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과거와 달리 많이 변해있던 학생들이 무엇이나 잘 따라 주지 않았다. 박교사는 당시 상황을 『무능한 선생이 되기 일보직전이었다』고 말했다. 결손가정이 20%에 달하는 반, 이유없이 결석하고 학습의욕을 보이지 않는 제자들은 상사의 말 한마디에 밤을 새우는 여느 회사 분위기와는 딴 판이었다. 며칠 고민하던 끝에 선생과 학생을 떠나 가식없이 만날 수 있는 목욕탕을 이용하기로 하고 매주 4명씩 초청, 알몸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성당 자원봉사자로 매달 시각장애인들의 몸을 씻어 준 것이 아이디어가 됐다.
중학교만 들어가도 아버지와 목욕탕에 가는 일을 꺼리는 제자들은 쑥스러워했지만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제자의 등을 손수 밀어주는 일이 계속되면서 반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상담을 해오는 제자들에게 박교사는 아버지, 형노릇을 하는 일도 많아졌다. 학생들도 「냉탕에서 잠수시간이 짧으면 흡연자」라는 선생님의 겁주기만 빼면 모든게 재미있다는 표정들이다.
박교사가 알몸대화를 위해 매주 사용하는 2만원의 목욕비와 음료비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함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이태규 기자>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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