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들은 동화가 남성 중심의 지배이데올로기를 전파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여성학자 바바라 워커의 「흑설공주 이야기」는 이런 옛이야기의 잘못을 전부 뒤집어 본 동화. 제목부터 도전적이다. 『흰 색은 깨끗함, 검은 색은 더러움의 상징. 그러나 이런 말은 백인들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영화 「말콤 X」의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제목만 그런 것이 아니다. 「흑설공주」는 마법사인 현명한 계모의 기지로 아름다운 공주를 통해 권력을 잡으려는 악독한 신하를 물리친다는 이야기. 미모를 시샘한 여자끼리의 질투는 끼여들 틈이 없다.「신데렐라」를 새로 쓴 「신데헬」에서는 왕비가 된 신데헬이 자신을 못 살게 굴던 언니에게 일자리를 주어 새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고, 「미녀와 야수」를 뒤집은 「못난이와 야수」에서 야수는 저주를 받은 것이 아니라 천성적으로 흉물이지만 못난이 여성과 진정한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 책 역시 남성우월주의자의 시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막내 인어공주」 「흑설공주」에서는 공주가 말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채 왕자의 외모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더욱이 「릴리와 로즈」의 주인공인 여기사 릴리는 단번에 적을 무찔러 부와 명예를 쥔다.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는 남성 중심의 시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혜란 옮김. 뜨인돌. 5,500원.<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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