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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폭력물에 대한 경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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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폭력물에 대한 경고(사설)

입력
1998.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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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속에 각종 범죄가 급증하고, TV 범죄 재연프로 등에서 폭력성이 높아가는 가운데, 방송위원회와 시민단체인 서울YMCA가 최근 TV폭력물의 유해성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방송위원회는 지상파 TV 3사에 대해 범죄재연 프로의 자제를 권고하고, 일부 프로에 대해서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방송과 책임자징계라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다.서울YMCA는 학부모·모방범죄 피해자등과 공동으로 범죄재연 프로의 피해사례를 접수한 후 방송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기로 했다. 시민단체가 범죄재연 프로를 내보낸 방송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인 것은 우리 방송사상 처음이고, 시기적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아 결과가 주목된다.

TV 폭력프로가 청소년 범죄를 조장시킨다는 주장은 아직은 하나의 가설이며, 모든 폭력물이 유해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방송사들은 폭력물이 오히려 시청자의 범죄충동을 대리만족시켜 주기 때문에 범죄예방의 효과가 있고, 그 속에 담긴 반폭력의 메시지가 교육적 효과를 높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내외 언론학자·심리학자의 연구조사에서는 TV폭력물이 실제로 청소년범죄를 조장할 개연성이 높다고 나타나 있다. 특히 청소년이 폭력물을 장기간·장시간 반복해서 시청할 때 폭력의 반사회성에 대한 판단이 둔감해지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켄터키주에서 급우 8명에게 총을 쏘아 숨지게 한 마이클 카닐(14)은 영화 「농구일기」에서 주인공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고 고백했다. 또 아칸소주의 중학교에서 두명의 소년이 교사와 교우 5명을 총기로 살해한지 한달만인 지난 24일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중학생(14)이 또다시 권총을 난사, 교사 한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하는 참극을 빚었다.

서울YMCA의 설문조사에서도 범죄재연 프로를 본 초중고교생 1,100명 중 130명이 「범죄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하고 있어, 이러한 범죄를 남의 나라 일로 만은 여길 수 없게 되어 있다. 범죄재연 프로는 범행을 드라마처럼 재구성하는 MBC의 「경찰청 사람들」과 KBS 2의 「공개수배 사건 25시」, SBS의 「다큐 사건파일」등이다. 범죄재연 프로가 고정된 것은 많지 않은 제작비를 들이고도 흥미를 유발함으로써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누리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영화 「사탄의 인형」에 영향을 받은 청소년들이 살인을 저질러 피해자들이 영화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결과 이긴 적이 있다. 시민단체의 이 운동이 어떤 결과로 발전될 지 주목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방송사 스스로 시청률의 유혹을 끊고 건전하고 교육적인 프로를 제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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