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명장관 배출’ DJ 인사차별화 타격/JP가 직접 사퇴권유 ‘각료인사權’ 과시주양자(朱良子)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질이 결정됨으로써 새 정부에서도 수명 56일의 단명장관이 배출됐다. 철저한 사전 검증을 거쳐 장관의 안정적 업무를 보장하겠다는 원칙이 적잖게 훼손된 셈이다. 주장관의 불명예 퇴진은 과거 문민정부 출범 직후와 유사한 점이 많아, 인사문제를 차별화 하겠다는 구상도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달 초 조각때 제기된 주장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유감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일단 맡겼으면 잘하도록 도와줘야 하며 장관을 자주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당시 자체 조사를 거친 뒤 유임을 결정했다. 따라서 이번에 다시 의혹이 확산되자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여권 핵심부는 결국 정치적 타격을 감수하더라도 여론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장관의 경질 과정은 공동정부의 「이상한 선례」를 남긴 케이스가 됐다는 측면도 있다. 파문의 매듭을 결과적으로 김종필(金鍾泌) 총리서리가 푼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김총리서리는 주장관에게 사퇴를 권유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경질을 건의하는 형식을 일단 갖췄다. 그러나 김총리서리는 경질방침을 일방적으로 「공표」, 자민련 몫 각료에 대해서는 김대통령이 아닌 자신이 실질적인 인사권자임을 과시 했다는 확대해석을 낳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 『발표를 굳이 총리실에서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장관의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자칫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주장관 재산파문에 대해 시종 침묵을 지키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27일 김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지난 주말 자민련 구천서(具天書) 총무가 김총리서리에게 「경질 불가피」라는 당의 입장을 건의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모든 것을 김총리서리에게 위임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장관이 완강한 자세를 보이자 상황이 꼬였다는 후문이다.
주장관은 이날 경질 결정 직전에도 청와대에 2차 해명서를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유임 의사를 보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총리서리가 28일 대통령에 대한 주례보고를 앞두고 부담을 덜려고 한 것 같다』 고 말했으나 떨떠름한 반응이었다.<유승우 기자>유승우>
◎청와대/“JP가 적절한 조치” 긍정적 반응
○…청와대는 27일 김종필(金鍾泌) 총리서리가 주양자(朱良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경질을 통고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안도의 반응을 보였다. 박지원(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은 『김총리서리께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긍정적으로 논평했다. 박대변인은 그러나 『총리서리가 주장관문제에 대해 적절한 건의를 해올 것이며, 그때가서 청와대의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일단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주장관 문제에 관한한 전적으로 김총리서리에게 결정이 위임돼 있음을 분명히 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론이 기운 만큼 경질은 시간문제였다』며 『김총리서리가 모양새를 갖춰주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측은 주장관 경질로 재산 논란이 다른 고위공직자에게 확산되거나, 총리서리 체제에 대한 시비가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총리실/“JP 그동안 침묵은 사표기다린것”
○…주장관에 대한 경질통보는 1시간만에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김총리서리는 오후 4시께 주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조속한 시일내에 (거취를)결정해달라』고 사퇴를 권유했고 정부대변인인 오효진(吳鎭) 공보실장은 1시간뒤인 오후 5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발표했다. 오실장은 경질통고 사실을 발표하면서 주장관의 거취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한참 지나 『주장관이 28일 김총리서리의 청와대 주례보고에 앞서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주장관의 사퇴결심에 상당한 진통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한편 총리실 관계자는 『재산공개직후 김총리는 주장관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며 『주장관의 해명이 오히려 파문을 확산시키는 것을 보면서 공동정권의 한축으로써 무거운 책임을 느껴온 김총리서리가 주장관이 자진 사퇴해 줄 것을 기대해 왔다』고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자민련/“오히려 늦은감 있다” 후임에 관심
○…자민련은 주장관 경질에 대해 대체로 『제대로 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당 소속으로 주장관 거취문제를 입밖에 내기가 어려웠지만, 김총리서리가 결단을 내린 만큼 주장관이 하루빨리 스스로 사태를 수습하는 게 현명할 것 이라는 얘기이다. 『김총리서리의 결단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주장관 기용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여러 의혹이 해소되기를 희망하는 소리도 나왔다. 그러면서도 주장관 경질로 새정부의 도덕성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자민련과 김총리서리, 박태준(朴泰俊) 총재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런 가운데 관심은 후임자를 어떤 절차를 거쳐, 누구로 결정할 것이냐에 모아졌다.<유승우·김광덕·이영섭 기자>유승우·김광덕·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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