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肝 이식/장기생존율 65∼70% ‘근본적 치료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肝 이식/장기생존율 65∼70% ‘근본적 치료법’

입력
1998.04.28 00:00
0 0

◎뇌사자 肝이식 뿐아니라 生體 부분이식도 활발/환자가 수술 견딜수 있는 체력 있을때 서둘러야3월17일부터 4월7일까지 4회 연재된 「肝질환 정복된다」기사를 보고 미국의 간이식전문병원과 최신 치료법을 알려달라는 독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간질환 치료기술도 선진국 못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국내 간이식 실태와 치료동향을 소개한다.

질환 말기가 되면 내과적 치료로 합병증을 방지하고 남은 간기능을 적절히 유지, 수명을 연장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못한다. 병든 간을 완전히 제거하고 건강한 간을 새로 갖게 하는 간이식이 필요하다.

간이식은 뇌사자 전간(全肝) 또는 부분간이식과 생체(生體) 부분간이식의 두 가지로 대별된다. 뇌사자 전간 또는 부분간이식이란 아직 심장은 뛰고 있지만 뇌활동이 중지돼 수일 내에 심장박동마저 멈추게 될 장기기증자로부터 간을 적출해 전부 또는 일부분을 이식하는 방법. 뇌사가 법적으로 인정되고 장기기증이 활발한 미국이나 유럽에선 말기 간질환자의 보편적인 치료법이다.

생체부분간이식은 환자의 부모형제나 배우자 등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외과적 수술로 분리해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뇌사자 간이식은 67년에 시작됐지만 생체부분간이식은 88년에야 시도됐다.

간이식수술의 주대상은 성인의 경우 B형간염, 간경변,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간경변, 절제수술이 불가능한 간암 등이다. 소아에선 선천성 담도폐색증, 구리성분이 침착돼 간이 굳어지는 윌슨씨병, 급성 전격성 간부전 등이다.

수술은 환자의 전신상태가 양호한 초기에 시행하는 것이 결과가 좋다. 그러나 실패율이 20% 정도이므로 수술시기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생존기간이 1년 미만으로 판단되는 환자가 간이식수술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의 건강상태를 아직 유지하고 있는 시점이 가장 이상적이다.

간이식의 1년 생존율은 75∼80%, 5년 이상 장기생존율은 65∼70%로 비교적 양호하다. 이식 후 생활의 질도 정상인과 별 차이가 없다. 성공을 위한 첫 관문은 반드시 건강한 간을 이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장기기증자가 뇌사상태에 빠지면 혈압이 떨어지고, 체온조절기능의 저하로 저체온상태에 빠지며, 감염방지기능도 약화한다. 이런 뇌사상태에선 간이 제일 먼저 손상을 받는다.

뇌사상태에 빠진 후 7일 이상 되면 간을 기증받더라도 이식이 불가능하다. 미국에선 5일이 경과하면 다른 장기는 이식해도 간은 포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손상된 간을 이식할 경우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는 「1차성 간기능부전」이라는 치명적인 상태가 오기 때문이다. 뇌사자 가족이 장기기증을 빨리 결정할수록 간이식의 성적은 향상된다.

생체부분간이식은 정상인의 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간의 생명력이 우수하다. 뇌사자 간이식때 경험하는 1차성 간기능부전도 전혀 없다. 성공률도 80∼85%로 높다. 정상적인 간은 전체 용적의 70%를 잘라내도 생명에 지장이 없으며, 절제후 3개월이면 이전과 거의 똑같은 크기와 형태로 재생된다. 따라서 간 기증자는 아무런 위험부담과 불이익이 없다. 그러나 과거엔 기증자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통상 용적이 작은 좌엽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게 관례였다. 이 때문에 생체부분간이식은 부모가 15세 이하 자녀들에게 기증하는 범위에서만 시행됐다. 그러나 최근 간의 생명공학적 연구가 보다 발전함에 따라 성인환자에게도 실시되고 있다.

성인간 생체부분간이식은 세계적으로 40건 정도 실시됐다. 국내에선 지난 해 2월 서울중앙병원에서 39세인 8촌형의 좌측간을 38세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얼마 전에는 부인(39)의 우측간을 간경변증환자인 남편(41)에게 이식했다. 이 사례는 비혈연간이라도 혈액형만 동일하면 수술이 가능하며 기증자가 환자보다 체격이 더 커야 한다는 통념을 바꾼 계기가 됐다. 기증자인 부인의 체중은 56㎏, 남편은 67㎏이었다.

국내 간이식은 88년 시작됐다. 30년 역사를 가진 미국에 비하면 수술건수가 143건으로 적은 편이지만 수술성적만은 구미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간이식에 대한 일반인들의 잘못된 시각을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간이식을 단순히 수명연장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간이식은 일단 성공하면 평생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70년 미국에서 간이식수술을 받은 여성은 정상적으로 결혼해 출산을 하는 등 28년동안 건강하게 살아오고 있다.

또 하나는 모든 치료를 다해본 후 안되면 간이식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어떤 내과적 치료도 말기 간질환을 완치할 수는 없다. 반면 간이식 성공률은 내과적 치료의 기대성공률을 2배 이상 앞서고 있다. 따라서 말기 간질환으로 확인되면 환자의 체력이 고갈되기 전에 서둘러 간이식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이승규 울산대의대 교수·서울중앙병원 일반외과과장 겸 간이식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