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업협박 ‘퇴직자 파일’ 비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업협박 ‘퇴직자 파일’ 비상

입력
1998.04.27 00:00
0 0

◎해고통보 받으면 “회사 비리·기밀 복사해뒀다”/경영진에 위협·흥정, 거액받고 팔아넘기기도울산공단에서 주물업을 하는 P모사장. 그는 최근 인건비절감을 위해 경리부간부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가 곧바로 없던 일로 해버렸다. 해당간부가 『세무관련 비리서류를 복사해뒀다』며 『나만 당하지 않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으로 대량감원사태가 벌어지면서 기업마다 「퇴직자파일」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다.

두달전 삼성전자와 LG반도체의 전현직 연구원 16명이 64메가D램 제3세대 핵심기술을 빼내 대만업체에 유출한 것도 이를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 모 창업투자회사대표는 『대기업연구소의 연구원들로부터 연구개발이 끝난 기술을 빼내는 조건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문의가 늘어나고있다』고 말했다. 집중적인 감원대상이 되고 있는 은행 증권 자동차업체들의 영업사원이 회사를 떠나면서 자신이 관리해온 거래선자료를 모두 갖고 다른 회사로 옮기는 사례도 보편화하고 있다. 재계는 퇴직자파일의 파장이 커지자 핵심기술유출방지와 근무기강 쇄신을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곳곳에서 퇴직자와 연관된 「사고」가 터지자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다. 삼성·현대전자 LG반도체 등 반도체업체들의 경우 핵심연구진및 특허팀원과 관련기술의 대외유출을 엄격히 규제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고 있다. LG는 핵심기술에 접근하는 인사를 극히 제한하고 서류나 디스켓복사는 여러사람이 있을 경우에만 허용하는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1만명 이상을 명예퇴직시킨 은행권에서는 퇴직자들로부터 『재직시 취득한 정보를 누출시킬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받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은기(尹恩基) 국제기업전략연구소소장은 이와관련, 『기업들의 준법경영이나 「클린경영」이 취약하고 사원들도 직업윤리가 정착되지 않아 퇴직자파일이 대량실업시대에 경영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퇴직사원들을 위한 「송별문화」를 한단계 더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퇴직사원이 명예롭게 떠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야 이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의춘 조철환 기자>

◎퇴직자파일이란

직원들이 회사의 핵심기술·영업기밀이나 세무 및 환경관련 비리등에 관한 자료를 빼내 회사를 상대로 위협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해고를 당하게 될 겨우 이 파일을 무기로 경영진과 흥정을 벌여 버티거나, 회사를 떠나는 즉시 경쟁업체에 거액을 받고 기밀을 팔아넘기는 것이다. 이 파일을 토대로 아예 회사를 차리는 경우도 있다. 해고가 늘어나면서 국세청에 기업의 세무비리 제보가 폭주하는 것도 이같은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