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닫힌 금융창구 수출 活路에 족쇄/정부는 정책으로 풀고 기업은 번돈 재투자를수출은 이 국난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다. 산더미같은 나라빚을 줄이는 길도, 먼지더미의 공장을 다시 가동시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방법도 오로지 수출 뿐이다. 좋든 싫든 국난극복 전략은 수출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의 운명을 쥔 수출이건만 그 전선(戰線)은 아주 불안하다. 1·4분기중 사상 최대규모인 84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고는 하나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서가 아니라 수입이 곤두박질쳐서 만들어진 「기형적 흑자」다. 그나마 수출신장세는 갈수록 뒷심을 잃어 이달엔 20일 현재 수출액(63억6,400만달러)이 전달 같은 기간보다 6억3,300만달러나 줄어든 상태다. 정부는 올해 25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장담하지만 지금같아선 과연 수출로 외환보유고를 늘려 빚을 일찍 갚겠다는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움츠러들고 있는 수출의 뒷면에는 망가진 금융시스템이 있다. 금융권에 닥친 구조조정 한파는 은행의 수출지원창구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수출업자들의 간절한 요구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의미) 때문에…』『달러난 탓에…』란 한마디로 가차없이 묵살되고 만다.
업계는 국난시대의 지상명제인 수출확대를 위해 정부가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첫째는 외환보유고의 활용이다. 전경련은 최근 회장단 회의에서 『은행이 외화부족으로 수출환어음 매입을 기피하는 바람에 수출업체의 자금회전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며 수출환어음 매입자금으로 한국은행 외환보유고를 50억달러 이상 방출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업계의 끈질긴 요청에 정부는 3억달러의 외환보유고 지원결정을 내렸지만 『외환위기가 끝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외환보유고가 300억달러를 겨우 넘었다고 이를 전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차피 수출이 죽으면 외환보유고도 늘릴 수 없다. 외환보유고를 풀어 수출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궁극적으로 외환보유고를 확충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수입신용장(LC) 개설이 막혀 수출용 원자재를 들여오지 못하는 난맥상도 정부가 나서 풀어주기를 업계는 희망하고 있다. BIS에 발목잡힌 은행들이 LC를 열어줄리 만무한(LC개설은 지급보증행위이기 때문에 자기자본비율 하락요인이 된다) 만큼 산업·수출입·기업은행등 BIS부담이 적은 국책은행을 통해 LC의 문을 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재료를 사오지 못해 수출이 좌절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수출업계는 또 외환위기이후 2배로 오른 환가료의 인하, 결제기간이 긴 은행 유전스의 정상화, 무역금융 활성화를 위한 한은 총액한도대출의 배정확대등도 함께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은행을 탓하기 앞서 기업, 재벌은 스스로를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들이 수출로 번 달러를 쓰지않고 쌓아둔 외화가 75억달러(23일 현재 거주자외화예금 75억3,00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엄청난 달러를 비축해 놓은채 정부에 『외환보유고를 풀어달라』 『30대그룹도 저리의 무역금융을 쓰게해달라』고 떼를 쓴다면 과연 누구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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