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나누며 “자주 만나자”/“정치얘기 없었다” 해석경계퇴임 후 사실상 칩거상태에 있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23일 저녁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김수한(金守漢) 의장 등 민주계 중진들과 극비리에 만났다.
서청원(徐淸源) 사무총장 등 한나라당 의원들과 12대 의원을 지낸 C씨가 참석한 회동은 가뜩이나 미묘한 시점에 이루어져 이런저런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참석자들은 주위를 모두 물리친 채 저녁 6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3시간 가량 국산 포도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며 환담했고, 모두가 꽤 거나할 정도로 술잔이 돌았다는 후문이다.
참석 대상자는 김전대통령과 김의장이 직접 결정했는데, 이들은 김전대통령이 퇴임하기 한달전쯤인 지난 1월말에도 의장공관에서 저녁모임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김의장은 재임기간 의장공관을 다녀간 적이 없는 김전대통령에게 『그만 두시기 전에 의장공관에서 한번 모시고 싶다』며 자리를 마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김전대통령이 상도동 자택에 갇혀지내다 보니 마음도 편치 않고 답답해 하는 것 같아 바깥나들이를 겸해 식사자리를 갖게 됐던 것』이라며 『위로의 말도 하고 덕담도 나눈, 부담없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석자 모두 정국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되도록 피했고, 김전대통령도 정치문제 언급을 꺼려 했다』며 『크게 의미있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정치적 의미부여를 경계했다.
하지만 이날 모임은 여권의 정계개편 추진 움직임과 관련, 과거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의 「재결합」 가능성이 줄기차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어서 정가의 시선은 남다르다. 실제 김전대통령도 최근 부쩍 정치적 재기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김전대통령에게 『앞으로 자주 찾아 뵙겠다』고 「약속」했고, 김전대통령도 참석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자주 만나자』고 이야기했다는 전언이다.<홍희곤·김성호 기자>홍희곤·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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