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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 수출물꼬 터라(국난을 넘자: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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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이 수출물꼬 터라(국난을 넘자:21)

입력
1998.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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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에 급급 도레 발목/원자재수입부터 ‘금융벽’/“수출살아야 금융도 산다”/공동운명 자각해야 할때지난달 27일 오후 4시30분, 서울 명동 은행회관 15층 기자실. 방금전까지 같은 건물 14층 회의실에서 3시간 넘게 비공개 마라톤 회의를 벌인 한라중공업 채권은행단 대표가 다소 상기된 얼굴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올라왔다. 역시 3시간가량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기자들의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어떤 내용이 논의됐나요. 한라중공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이뤄지는 것인가요』 채권은행단이 모였으니 부도이후 자금난을 겪어온 한라중공업에 대해 은행권 협조융자문제가 논의됐을 것이라고 짐작한 기자들의 질문에 채권은행단의 대답은 전혀 뜻밖이었다.

『자금지원에 대해서는 일체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합의한 것은 한라중공업이 선박대금으로 수주한 3억달러를 들여오도록 승인한 것뿐입니다』 지난해말 이후 환란(換亂)으로 1달러의 외화가 아쉬운 상황이었건만 채권은행은 3개월넘게 한라중공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유입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던 것이다.

한푼이라도 돈을 받아내야 할 은행들이 4,5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원인은 문제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조선회사가 선박을 수주한뒤 발주업체로부터 선수금을 받을 경우 거래은행이 지급보증을 서줘야 하는데 한라중공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마다 BIS비율이 떨어질까봐 지급보증을 거절했던 것이다. 「돈받는 것은 좋지만 우리은행이 총대를 매기는 싫다」는 전형적인 금융권 이기주이가 3개월동안 3억달러를 팽개쳤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날 회의도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산업자원부가 교통정리를 한뒤 가까스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출금융에 총력으로 나서야 할 은행들이 오히려 수출을 막는 웃지 못할 사례는 한라중공업만의 일이 아니다. 오히려 원자재 수입부터 완제품 수출까지 수출과 연관된 모든 금융시스템이 수출업체의 목을 죄는 기현상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4시30분, 서울 명동 은행회관 15층 기자실. 방금전까지 같은 건물 14층 회의실에서 3시간 넘게 비공개 마라톤 회의를 벌인 한라중공업 채권은행단 대표가 다소 상기된 얼굴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올라왔다. 역시 3시간가량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기자들의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어떤 내용이 논의됐나요. 한라중공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이뤄지는 것인가요』 채권은행단이 모였으니 부도이후 자금난을 겪어온 한라중공업에 대해 은행권 협조융자문제가 논의됐을 것이라고 짐작한 기자들의 질문에 채권은행단의 대답은 전혀 뜻밖이었다.

『자금지원에 대해서는 일체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합의한 것은 한라중공업이 선박대금으로 수주한 3억달러를 들여오도록 승인한 것뿐입니다』 지난해말 이후 환란(換亂)으로 1달러의 외화가 아쉬운 상황이었건만 채권은행은 3개월넘게 한라중공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유입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던 것이다.

한푼이라도 돈을 받아내야 할 은행들이 4,5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원인은 문제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조선회사가 선박을 수주한뒤 발주업체로부터 선수금을 받을 경우 거래은행이 지급보증을 서줘야 하는데 한라중공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마다 BIS비율이 떨어질까봐 지급보증을 거절했던 것이다. 「돈받는 것은 좋지만 우리은행이 총대를 매기는 싫다」는 전형적인 금융권 이기주이가 3개월동안 3억달러를 팽개쳤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날 회의도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산업자원부가 교통정리를 한뒤 가까스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출금융에 총력으로 나서야 할 은행들이 오히려 수출을 막는 웃지 못할 사례는 한라중공업만의 일이 아니다. 오히려 원자재 수입부터 완제품 수출까지 수출과 연관된 모든 금융시스템이 수출업체의 목을 죄는 기현상이 난무하고 있다.

『주거래은행에 밉게 보이면 큰일』이라며 이름 밝히기를 극력 거부한 한 대기업 임원의 푸념. 『은행들이 수입신용장에 대해 이자를 선지급하는 「뱅커스 유전스(Banker`s Usance)만 개설해줘도 원가가 5%는 줄어들 겁니다』 100만달러의 원자재를 수입하면 200만달러를 수출, 외화가득률이 2배인 이 회사는 국내은행들이 수입신용장 개설을 기피, 원가가 비싼 「시퍼즈 유전스(Shipper`s Usance)로 수입하는 바람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환율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회복으로 수출의 견인차로 기대됐던 중소기업들도 원자재가 확보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기협중앙회에 따르면 1·4분기중 중소수출업체들이 원자재구입에 필요한 자금은 38조5,000억원이었으나 실제로 원자재 구입에 사용된 돈은 13조원이 모자란 25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수출물량을 확보하고도 일손을 놓아야 하는 형국인 것이다.

『IMF시대는 수출전쟁 시대입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일반법대신 계엄령이 선포되고 국력을 결집시키듯이 지금은 환란으로 소진된 국력을 수출에 쏟아부어야 할 때입니다』 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어느 중소업자의 말은 절규(絶叫)에 가까웠다.<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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