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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盜 조세형 “할말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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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盜 조세형 “할말 있소”

입력
1998.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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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재심 첫 공판서 “당시 사건 축소은폐”/변호사 “훔친 보석류만 마대 2자루 분량”/“절도액 수백억대·수십명 피해 이름 밝힐것”대도무문(大盜無門). 82년 고위공직자 재벌회장 등 내로라하는 권세가들의 집을 내집 드나들듯 한 대도(大盜) 조세형(趙世衡·54)이 「살아있는 몰래카메라」로 다시 나타났다. 15년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숨겨진 실상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보여주겠다고 밝혀 또 한번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82년 붙잡혀 이듬해 2심 재판도중 탈주했던 조세형의 보호감호처분 재심사건 첫 공판이 열린 22일 오전 서울지법 319호법정. 법정에 선 조세형은 『당시 수사기관이 피해자를 감춰주기 위해 진술서류를 폐기하고 피해액도 축소해 발표했다. 이번 재판과정에서 진실을 낱낱이 밝히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조세형은 이어진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청송교도소에서 다른 재소자들과 철저히 격리된 1평짜리 독방에서 수갑이 채워지고 포승에 묶인채 생활하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24시간 폐쇄회로 TV의 감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인 엄상익(嚴相益) 변호사는 재판직후 『당시 절도총액은 수사기록상의 10억여원(본보 11일자 23면 보도)을 훨씬 상회하는 수백억원대였으며 피해자도 11명이 아니라 재계 정계의 유력인사들을 포함해 수십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엄변호사는 또 『물방울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고액의 보석도 압수품목에 있었지만 수사기관이 발표조차 하지 않았다』며 『당시 피해자들의 실상을 재판과정에서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변호사는 이를 위해 『재판부가 제지하지 않는한 당시 피해자들의 실명을 거론해서 신문을 진행하고 필요하면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조세형이 폭로할 대상 인물중에는 김종필(金鍾泌) 국무총리서리도 포함돼 있다고 엄변호사는 전했다. 조세형은 김총리서리 집에 들어가 방에 그득한 미술품 골동품 등을 둘러본 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준 은빗 하나만 들고 나왔다는 것. 엄변호사는 『당시 조씨는 절도와 상관없이 부유층이 살고 있는 서울 장충동 및 신문로 일대의 대궐같은 집 가운데 들어가보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며 『조씨가 훔친 보석류만 해도 마대자루로 2자루 분량에 달한다』고 말했다.

한편 갈색 수의와 흰색 고무신을 신은 채 재판장의 호명에 따라 법정에 들어선 조세형은 오랜 복역생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15년 동안 나름대로 수양을 했다』는 본인의 진술처럼 검찰과 변호인의 질문에 시종 차분하게 답변했다. 그러나 오랫만에 법정에 선 탓인지 가끔 떨리는 듯한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50여명의 방청인들은 조세형의 주장이 진실인지, 오랜 옥살이의 한풀이인지 이번 재판과정에서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음공판은 다음달 6일 오후4시에 열린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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