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높은 드라마가 가장 위협적/편당 제작비 우리의 수십배/수입경쟁땐 안방점령 불보듯일본방송 개방은 곧 드라마 개방을 의미한다. 다른 부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실상 개방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방송사들은 「상표」만 적당히 감춘채 일본의 교양프로와 만화영화등을 꾸준히 방송해왔다. 노골적인 「일본베끼기」도 또 다른 의미의 간접개방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위성방송을 통해서도 일본방송이 무차별적으로 「침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본 대중문화의 종합판이며 엄청난 파급효과를 갖고 있는 드라마는 가장 민감한 금기사항으로 여겨져 왔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 국민정서가 가장 큰 배경이지만 상품성과 경쟁력이 뛰어난 일본드라마의 유입이 초래할 결과에 겁을 내 온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명예를 걸고 제작중인 주간역사극 「다이가(大河)드라마」는 편당 제작비가 1억엔(한화 약10억원)을 넘나든다. 「드라마왕국」인 도쿄방송(TBS)등 민방들의 편당 드라마제작비도 천문학적 액수에 이른다. 주력 드라마의 편당 제작비가 3,000만∼5,000만원에 불과한 한국방송사들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일본 TV방송사들이 쏟아 붓는 제작비는 세계 최고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우리 방송계는 전반적으로 일본방송 개방을 두려워하고 있다. 일본방송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는 SBS 편성부의 신선미씨는 『일본드라마는 감성이 비슷한 우리 시청자들을 손쉽게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일본방송은 마약과 같은 흡인력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유입되면 방송계가 매우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전망이다.
우리 방송사들은 초기에는 다소 몸을 사릴 것으로 보이지만 시청률을 생명으로 하는 현재의 시스템하에서 결국 수입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일본드라마와의 치열한 상품경쟁도 벌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같은 과정을 통해 우리 방송상품의 전반적 수준이 향상되겠지만 극단적으로는 드라마의 몰락 내지는 문화점령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우리 정책담당자들은 이같은 방송매체의 특성을 고려, 『방송개방은 가장 최후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시기만 늦춘다는 것은 더욱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핵심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 방송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육성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일본위성방송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사전심의도 할 수 없는 위성방송이 저질 문화를 다량으로 유포한다 하더라도 속수무책인 것이 현실이다. 양국 민간협의회 차원의 「심의」장치 마련등 방송계와 정책입안자들이 해야 할 일은 많다.<김철훈 기자>김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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